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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은행원들 총파업 예고, 업보는 은행에 돌아간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총파업 예고 금융소비자 외면하는 ‘귀족노조’에 부정적 여론 금융서비스 자동화 촉진 계기로 감원 등 불안정한 직군 전락 우려

사진=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시중은행 노조들이 속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2016년 성과연봉제 도입에 반대하며 총파업을 벌인 지 6년 만이다. 금융노조는 임금 6.1% 인상, 주 36시간(4.5일) 근무 등을 요구하고 있다.

금융노조, 임금 인상, 근무 시간 단축 요구

하지만, 연봉이 높아 ‘귀족노조’로 불리는 금융노조가 사회적 눈높이에 맞지 않는 임금 인상을 요구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금융노조가 요구하는 임금 인상률(6.1%)은 올해 공무원 임금 인상률(1.4%)은 물론 상반기 100인 이상 사업체의 평균 협약 임금 인상률(5.3%)을 웃돈다. 최근 5년간 금융노조 평균 임금 인상률(2.2%)과 비교해도 높은 편이다. 산업은행(1억1,370만원)과 국민은행(1억1,200만원) 등 주요 시중·국책은행의 작년 평균 연봉이 1억원을 웃도는 만큼 인상액도 클 수밖에 없다.

은행원들이 ‘억대 연봉 잔치’를 벌이는 동안 서민과 자영업자는 대출금리 상승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 국내 은행의 평균 가계대출 금리는 연 4.23%였다. 1년 전(2.92%)보다 1.31% 뛰었다.

고물가 위협에 실질임금 감소를 우려하는 임금 근로자 처지를 이해 못 할 바는 아니지만 평균 연봉 1억원이 넘는 금융회사 노조원들이 저임금 근로자들의 임금 인상 요구에 편승하는 듯한 모습은 유감이다. 인상 요구 폭도 다른 업종과 비교해 과도하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매일 1시간씩 줄어든 영업시간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주 36시간 근무를 하겠다는 것은 금융소비자 입장은 전혀 고려치 않는 요구다. 임금은 올리고 일하는 시간은 줄여달라니 과연 공감받을 수 있는 주장인가.

결국 이러한 주요 은행의 총파업은 고객 이탈 현상으로 귀결될 것이다. 주요 은행이 총파업을 하게 되면 파업에 동참하지 않는 카카오뱅크나 토스뱅크 등의 타 은행이 고객층을 가져가 반사 이익을 얻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현상은 총파업이 진행될 동안 고착화될 것이고, 총파업이 끝난다고 하더라도 등 돌린 고객을 다시 확보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총파업으로 주요 은행의 위치가 흔들거리게 되면, 카카오뱅크나 토스뱅크는 비즈니스를 확장하게 될 것이고 이는 고객 이탈에 더 크게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일반직군, 금융소비자 모두에게 외면받는 ‘귀족노조’의 총파업

이번 총파업 예고로 은행원들의 불성실한 업무도 도마 위에 오르면서 불만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 역삼동에서 일하는 직장인 최 씨는 5일 오전 9시 대출 상담을 받으러 근처 은행 지점을 찾았다가 발걸음을 돌렸다. ‘코로나19로 영업시간을 한 시간 단축한다’는 안내문엔 오전 9시 30분에 문을 연다고 적혀 있었다. 최씨는 “식당 영업시간 제한도 풀리고 기업도 재택근무를 없앴는데 은행만 영업시간을 줄이는 게 이해가 안 된다”며 “연봉도 높은 은행원들만 편하게 일하는 것 같다”고 했다.

당연히 이를 바라보는 금융소비자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지난 4월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되면서 식당 영업시간과 지하철 운행시간 등이 코로나19 사태 이전으로 돌아왔지만, 은행만은 예외여서다. 평균 연봉이 1억원을 웃도는 은행원들이 소비자의 불편은 외면하면서 임금 인상만 요구하는 등 자기 잇속만 챙긴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원래 은행 지점 영업시간은 오전 9시~오후 4시였으나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된 지난해 7월부터 오전 9시 30분~오후 3시 30분으로 1시간 단축됐다. 금융노조와 사측은 당시 영업시간 단축을 2주 동안 시행하되 3단계 이상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면 연장하기로 합의했었기에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된 4월부터는 은행 영업시간이 원상복구돼야 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노사가 합의해야만 영업시간을 되돌리는 것으로 조건이 바뀌었다. 금융노조가 임단협에서 ‘코로나 방역 지침이 해제된 경우 교섭을 통해서만 영업시간 단축을 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을 합의서에 추가하면서다. 이 때문에 직장인, 자영업자는 물론 모바일 금융서비스 이용이 어려운 노년층은 영업시간 단축으로 은행 이용에 불편을 겪고 있다.

이번 총파업이 진행되면 은행원이라는 직업이 비인기 직군으로 몰리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은행 업무 자동화를 촉진시키는 신호탄이 될 것이며, 은행원 인원 감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금융소비자가 모바일 뱅킹으로 대거 이동하면서 은행 지점은 5년 전 7,101개에서 지난해 말 6,094개로 1,000개 넘게 줄었다.

2019년 국민은행 노조 총파업을 보더라도 이번 총파업이 자동화 촉진으로 이어지리라는 예상이 충분히 가능하다. 당시 은행들은 창구 업무의 90% 이상을 수행할 수 있는 고기능 무인자동화기기를 대폭 늘리는 중이었다. 무인화 시스템이 차츰 확대되면서 금융소비자들은 시간 제약 없이 금융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됐고, 은행은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비용을 감축할 수 있었다. 19년 만의 총파업으로 내홍을 겪었던 KB국민은행도 자동화기기 ‘스마트 텔러 머신(STM)’을 대폭 확대했다.

당시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국민들은 인력이 남아도니까 저렇게 파업을 해도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니냐며 눈총을 보내고, 국민은행 노조의 파업 동력이 떨어지면서 내부에서도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은행권 디지털화가 가속할수록 인력 조정 문제가 대두될텐데 노조가 이 이상 여론을 등지고 국민들의 지지를 잃게 되면 설 수 있는 입지가 대폭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카카오뱅크, 토스뱅크 반사 이익, AI 뱅킹 등 자동화 촉진도

실제로, KT가 IBK기업은행과 인공지능(AI) 음성인식 플랫폼 ‘기가지니인사이드’에 기반을 둔 ‘AI보이스뱅킹’ 서비스를 공동으로 개발하고 상용화했다고 7월 15일 밝혔다. AI보이스뱅킹 서비스 개발은 KT와 IBK기업은행이 지난해 8월 체결한 ‘디지털 신기술 활용 신사업 공동발굴 및 개발협력’을 토대로 진행됐다. 양사는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분야의 디지털혁신(DX)을 위한 협력 관계를 지속해오고 있다. KT는 이번 IBK기업은행과 보이스뱅킹 앱 공동 개발을 시작으로 서비스 고도화를 위한 전략적 협력을 지속해 AI 기술을 토대로 한 금융 DX 사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또한 인공지능(AI) 전문기업 딥브레인AI는 하나은행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하나1Q(하나원큐)’에 AI 은행원 솔루션을 공급한다고 4일 밝혔다. 총파업은 이와 같은 AI 뱅킹의 외주 확대에 박차를 가할 것이고 노조의 입지를 더욱 줄어들게 할 것이다.

이처럼 벤처기업 은행 대두, AI 뱅킹 발전, 은행원들에 대한 인식 악화 등은 결국 은행원을 비인기 직군으로 만들 가능성이 크다. 은행 노조는 이러한 현실을 직시해야 하며 눈앞의 이익에 집착하며 명분 없는 총파업을 강행함으로써 금융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는 것뿐만 아니라 은행원 전체의 이익을 훼손시키는 이기적이고 어리석은 행위를 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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