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중소벤처전용 M&A 펀드와 공적자금

지난 3일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벤처투자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에서 중소벤처전용 M&A 펀드가 필요하다는 정책 제안을 내 놨다.

때마침 토종 OTT업체, OTT업계 스타트업의 신화적인 존재 중 하나인 ‘왓챠’가 자체 생존이 거의 불가능해져 M&A 매물로 나오게 될 것이다, 이미 주요 OTT 업체들이 논의를 한 상태다 등의 이야기가 나온 상태다. 당사의 자매지인 <OTT랭킹>에 따르면, ‘왓챠’의 투자사 중 하나인 ‘에이티넘 인베스트먼트’에서 또 다른 투자사 중 하나인 ‘리디’ (리디북스 운영)와 지분 맞교환 방식의 합병을 제안했다는 보도가 있기도 했다. (관련보도: [기자수첩] 국내 OTT 도전의 종말? ‘왓챠’ 인수되나? – OTT랭킹 (ottranking.com))

‘왓챠’ 연관 키워드 (출처 = (주)파비 DB)

8월 1일부터 오늘 (5일)까지 주간 내내 왓챠 관련 커뮤니티 언급으로 범위를 축소해 키워드들을 뽑아보면, 인수와 경쟁사인 웨이브가 다른 키워드 대비 압도적인 언급량을 보였음을 알 수 있다.

경영실패 vs. 투자심리 위축

‘왓챠’가 눈 앞에 직면한 실패의 원인을 ‘왓챠 2.0’이라는 무리한 확장, 엔데믹에 따른 OTT가입자 이탈 등등을 언급하기도 하지만, 벤처업계 관계자들은 ‘프리IPO 실패’, 좀 더 직접적으로 ‘세계적인 투자심리 위축’을 꼽는다.

OTT업계가 향후 2-3년 이상 승자 독식 수준으로 구조조정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투자금 외부 유입이 절실한 것은 업계 내에 주지의 사실이고, 엔데믹에 따른 OTT가입자 이탈 부분도 ‘왓챠’는 그렇게 큰 타격을 입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6월말 기준으로 ‘왓챠’의 가입자 숫자는 108만명으로, 지속적인 상승세를 이어왔다.

벤처기업가들이 느끼는 허탈함

‘왓챠’가 매물로 나왔다는 기사에 대해, 한 벤처기업가는 “거의 반평생을 쏟아 영화 평점 사이트부터 OTT까지 하나하나 키워왔는데, 투자자들 놀음에 자기 사업을 포기해야 되는 상황이 오면 얼마나 괴로울까?”라고 짧은 평을 내놓기도 했다.

또 다른 벤처기업가는, “투자금 못 받았다고 바로 회사 팔라고 등을 떠밀고, 그것도 납득하기 어려운 낮은 밸류에이션 (기업가치)을 받아들이라고 하는데, 박태훈 (왓챠)대표 속이 얼마나 무너지겠냐?”는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또 “작은 스타트업이 인력 모으느라 얼마나 고생을 했을텐데, 200명이나 모아놓은 회사가 투자자 놀음에 휘청거리고 사람들이 나가고 있으면 어수선한 내부 상황에 일도 손에 안 잡힐 것 같다.”는 짐작을 내놓았다.

지난 10년 이상 한국 경제 성장의 중추를 담당했던 벤처기업가들 대다수가, 이번 ‘왓챠’ 사건을 계기로, 아무리 회사 많이 키워놨어도 투자 한번 못 받으면 벤처 꿈은 끝이고, 투자자들 놀음에 평생 노력해서 만든 조직이 산산조각난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중소벤처전용 M&A펀드와 공적자금

IMF구제금융을 받던 무렵, 국내의 많은 우량회사들이 헐 값에 외국인에게 넘어간다며 공적자금을 투입해서라도, 즉 국민 세금을 투입해서라도 국가 자산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최근 투자심리 위축으로 자금 마련이 힘들어져 성장 동력을 포기하고 버티기 모드로 바뀌는 스타트업들, 더 심하게는 시장에 헐 값에 매물로 나와야하는 벤처기업에 그 시절 공적자금과 유사한 관점의 세금 지원이 들어가는 것은 어떨까?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제안도 같은 요지에서 출발했을 것이다.

국민연금도 백기사 하지 않나?

자본의 논리에 휩싸여 벤처 정신이 쇠퇴하지 않고 계속 도전이 이어질 수 있도록, 그래서 한국 경제가 선순환할 수 있도록 해 준다면, 그 시절 공적자금만큼이나 대의명분을 갖춘 펀드가 될 것이다.

그런 자금 위기에 직면한 벤처기업들을 헐 값에 인수하려는 투자자들이 많다는 것은 공적자금 회수시에 우려했던 수익성 부분에도 충분한 근거가 될 수 있다.

국민연금이 단순한 재무적 투자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때때로 해외 투자자들로부터 국내 기업가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백기사(White Knight, 기업 경영권 분쟁에서 우호지분 보유자)로 나섰던 사례도 있다. 그런 책임을 일절 무시했다가 국가적으로 손해를 봤다는 평이 나오는 SK-Sovereign (2003) 사례도 있다.

토종 OTT하나 못 만드는데 K-콘텐츠?

한국 콘텐츠가 만들어 낸 한류 붐이 단순 K-Pop에 그치지 않고, ‘오징어게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등등 전세계적으로 탄탄한 경쟁력을 갖춘 영상 콘텐츠를 만들어 낼 수 있음을 이미 증명했다.

그런데, 토종 OTT 하나도 제대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못 만들어주는 나라가 그런 콘텐츠 수익을 주장할 자격이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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