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학벌과 스펙, 일하는 데 정말 필요한 요소인가?

학벌·자격증 등 스펙과 직장 내 업무 성과 관계없어 구글, 지원자 필수 자격 조건에 학위 제외했다 과다스펙의 불필요성, 막상 입사하면 직무와 연관성이 없다? 스펙보다 인턴십이 더 중요해, 실무 경험 후 긍정적 평가 많아

사진=유토이미지

학벌이나 영어 성적, 자격증 등 소위 우수한 ‘스펙’이 실제 직장에서의 업무 성과와 관련이 없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인적성 검사나 면접 역시 실제 현장에서의 업무 성과를 예측하는 채용 도구로써는 신뢰도가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교육재단 교육의봄에 따르면, 마이다스아이티와 자인원이 5개 업종, 11개 기업, 총 2,416명을 대상으로 출신 학교·학점·자격증 등 흔히 말하는 ‘스펙’과 기업 내 성과의 관계를 조사한 결과, 사실상 스펙과 기업 내 성과가 거의 관련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수능 배치표를 기준으로, 학벌을 낮은 점수부터 높은 점수까지 1∼9점으로 변환한 후 성과와의 상관관계를 조사했더니 1차 분석 결과에서는 11개 기업 중 9개 기업에서 학벌과 실제 성과가 무관했다. 2차 분석에서는 11개 기업 모두 유의미한 연관성이 없었다. 자격증 개수 역시 1개 기업을 제외하고는 실제 성과와 이어지지 않았고, 대학 학점과 영어 성적도 유의미한 관련성을 보이지 않았다. 기업이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 실시하는 인·적성 검사 역시 업무 성과와는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3개 기업을 대상으로 인·적성 검사와 실제 업무 성과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결과도 마찬가지로 3개 기업 모두 유의미한 관련성을 보이지 않았다.

주기석 교육의봄 연구원은 “학벌과 스펙이 지원자의 역량과 연관돼 있지 않다는 게 명확해진 것”이라며 “채용 관행을 학벌이나 스펙 중심에서 직무역량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글·아마존, 채용 시 학력보단 조직문화와의 적합성 본다

고졸 일반 행원으로 입사한 뒤 하나은행 지역 본부장을 지내고 하나은행장을 거쳐 최근 하나금융그룹 회장에 내정된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 서울대·고려대·연세대 등 ‘SKY’ 출신이 아니어도 삼성전자와 LG전자 CEO에 오른 한종희 삼성전자 세트 부문 대표이사 부회장과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 등이 학벌과 상관없이 업무 성과로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최근 사례들이다.

한편 세계 최대 IT 기업인 구글은 기업 내에서 최고 성과를 내는 인재의 상당수가 명문대 출신이 아니라는 점에 의문을 품고 대대적인 분석을 시작했다. 그 결과 학교, 학력, 시험성적 등이 기업 입사 후 성과와 상관관계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다. 이후 구글은 지원자 필수 자격 조건에서 학위를 제외하고 채용 과정에서 인지능력, 리더십, 조직문화와의 적합성, 직무수행 능력 등을 평가하기 시작했다. 아마존의 경우엔 ‘바 레이저(Bar Raiser)’ 직군을 도입했다. 바 레이저는 아마존의 채용을 주도하는 직군으로, 리더십과 조직문화와의 적합성을 평가한다. 이들의 평가 기준에 있어 학력 등은 큰 역할을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막상 회사에 들어가면 찾지 않는 스펙

키워드 ‘스펙’ 관련 키워드 네트워크/출처=㈜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

㈜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에서 독자적으로 분석한 결과, 스펙과 관련하여 언급된 키워드들을 네트워크 그림으로 나타내보니 키워드 중 ‘채용’, ‘취업’과 같은 키워드가 등장하기는 했지만 ‘직무’, ‘업무’ 등 일과 직접적인 관계에 있는 키워드는 등장하지 않았다. 즉 우리나라에서 취직하기 위해선 좋은 학벌이나 스펙 등이 필요하지만 막상 회사에 들어가서 일을 해보면 그러한 것들이 전혀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다만 학벌이나 스펙을 제일 중요시했던 대기업들도 최근엔 업무와 관련된 내용으로 인력을 검증하는 방식으로 채용 방식을 바꾸고 있다.

키워드 ‘직무’ ‘업무’ ‘스펙’ ‘학벌’ 언급량 추이/출처=㈜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

또한 ‘직무’, ‘업무’, ‘스펙’, ‘학벌’의 인터넷상 언급량을 조사해본 결과, 스펙과 학벌의 언급량이 가장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적으로 언급량이 가장 많았던 순으로 나타내면 업무, 직무, 스펙, 학벌순이었다. 이는 취준생이나 직장인들이 최근에는 직무와 업무에 관련된 능력을 중요시하지 학벌이나 스펙을 그렇게 중요시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자료다.

실제로 학벌 같은 경우, 언급량 100만 건을 한 달간 한 번도 넘지 못했다. 가장 언급량이 많은 ‘업무’와 가장 언급량이 저조한 ‘스펙’, ‘학벌’과의 차이는 7월 22일 최고치를 기록했다. ‘업무’의 7월 22일 언급량은 무려 2억4천만 건에 달한 것에 비해, ‘스펙’은 1000만 건에 머물렀고, ‘학벌’은 8만 건에 불과했다. 이를 수치로 계산하면 업무와 스펙 차이에는 2억3천만 건의 차이가 나고, 업무와 학벌 사이에는 2억3992만 건의 차이가 난다. 배수로 계산했을 때는 업무의 언급량은 스펙의 23배고, 학벌의 2875배다.

키워드 ‘직무’ ‘업무’ ‘스펙’ ‘학벌’ 채널 카테고리별 언급량/출처=㈜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

이러한 언급량은 언론 매체인 뉴스보다 직장인이나 취준생에 있어 접근성이 좋고 장벽이 낮은 매체인 커뮤니티에서 가장 많았다. 커뮤니티에서 한 달간 업무 언급량은 72억 건, 직무 언급량은 21억 건, 스펙 언급량은 11억 건, 학벌 언급량은 1억9000만 건이었다.

스펙에 대한 부정 평가 높아져, 스펙과 업무 성과 관련도 낮다

키워드 ‘스펙’ 긍부정 비중/출처=㈜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

심지어 스펙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스펙에 대한 인터넷상 언급량을 토대로 긍부정 평가를 조사해본 결과, 부정 평가가 57.367%로 긍정 평가 45.633%를 제쳤다. 스펙을 중시하던 예전이었으면 상상할 수 없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는 스펙의 불필요성에 대한 부정 평가와, 스펙과 직무의 관련도가 적다는 것을 알면서도 여전히 스펙을 요구하는 기업들에 대한 불만 등이 반영된 결과라 할 수 있다.

키워드 ‘스펙’ 긍부정 비중 기간별 추이/출처=㈜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

기간별로 긍부정 평가를 보면 긍부정 평가가 비슷해 보이지만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압도하는 모습이 자주 나타난 것을 알 수 있다. 제일 차이가 컸던 날은 7월 1일로, 부정 평가가 4억 건이고 긍정 평가가 1억6천만 건이었다. 수치로 계산하면 2억4천만 건 차이고, 배수로 계산하면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의 2배를 넘는 수치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정 평가가 가장 높은 날은 7월 13일로, 약 4억6천만 건이었다.

키워드 ‘스펙’ 긍부정 평가 언급량 비율. 뉴스, 블로그, 유튜브, 카페, 커뮤니티 순 /출처=㈜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

한편 거의 모든 매체에서 스펙에 대한 부정 평가 비율이 높았지만, 블로그나 카페에서는 아직까지 긍정 평가가 더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블로그에서의 스펙 긍정 평가는 55.87%로 부정 평가 44.13%를 제치고 과반수를 차지했다. 카페에선 긍정 평가가 64.29%로, 부정 평가 35.71%를 압도적으로 웃돌았다.

취준생이 꼽은 중요 요소 1위 인턴십, ‘직무 경험’에 대한 긍정 평가 높아

그렇다면 요즘 취준생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업무와 관련된 요소는 무엇일까. 대학내일20대연구소는 지난 5월 최신 채용 트렌드를 반영한 취업 데이터를 발표했다. 취준생이 꼽은 가장 중요한 요소 1위는 인턴십(39.2%)으로 나타났다. 인턴십은 학생들이 기업에서 일정 기간 기업 활동을 체험하면서 실무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제도다. 많은 취준생들이 기업 또는 기관의 인턴십을 통해 취업 전 필수 요소로 꼽히는 실무 경험을 쌓고 있다. 실제 조사 결과, 취업준비생 3명 중 1명(32.3%)은 취업 전 인턴십을 경험해봤다고 응답했다.

인턴십은 크게 정규직 전환 없이 직무 경험을 체험해 보는 형태인 ‘체험형 인턴’과 일정 기간 근무 후 검증을 거쳐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채용전제형 인턴’으로 나뉘는데, 두 유형 중 취준생이 더 선호하는 유형을 5점 척도 문항으로 살펴본 결과 71.8%가 채용전제형을, 20.6%가 체험형 인턴을 선호했다. 이들이 인턴십으로 적정하다고 생각하는 근무 기간은 체험형의 경우 3개월(48.3%)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채용전제형은 6개월(32.8%)이 적정하다는 응답이 가장 많아 체험형보다 더 긴 근무 기간을 적정하다고 여기는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인턴십 경험 후 해당 근무 경험에 대한 자기 평가 항목도 살펴봤다. 실제 인턴십을 통해 수행한 업무가 자신의 커리어에 도움이 됐다고 응답한 비율이 62.4%, 해당 기업에 도움을 줬다는 비율은 61.0%로 대부분 긍정적으로 나타났다. 또한 인턴십 경험자 절반 이상(53.9%)이 인턴십 근무 후 해당 기업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화했다고 응답해 인턴십 활동 이후 기업 이미지를 이전보다 좋게 평가하는 모습이었다.

키워드 ‘인턴’ 긍부정 비중/출처=㈜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

인턴에 대한 인터넷상 언급량을 토대로 긍부정 평가를 조사해본 결과, 긍정 평가가 59.79%로 부정 평가 40.21%를 제치고 과반수를 차지했다. 위에서 조사한 스펙에 대한 긍부정 평가와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키워드 ‘인턴’ 긍부정 비중 기간별 추이/출처=㈜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

실제로 기간별 긍부정 평가를 확인해봐도 대부분 긍정 평가가 부정 평가를 웃돌고 있으며, 7월 13일에는 긍정 평가가 4600만 건을 기록하며 최고치를 나타냈다. 같은 날 부정 평가는 1800만 건으로, 긍정 평가와의 차이는 무려 2800만 건이다.

키워드 ‘인턴’ 관련 키워드 네트워크/출처=㈜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

또한 인턴과 관련된 키워드를 네트워크로 정리해본 결과, 인턴과 가장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 키워드로 ‘직무’가 등장했다. 그만큼 취준생이나 직장인들이 직무를 실제로 경험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인턴을 직무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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