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이노베이션 주가 30만원대 안착… ‘더 오를까’ 전망 주목

SK이노베이션(316,000 -0.47%)의 주가가 단기간에 급등하며 추가 상승 여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 개인 투자자들은 이에 고민에 빠졌다. 증권사들 역시 단기 주가 전망에 대한 의견은 엇갈리나, 장기적으로는 여전히 매수가 유효하다는 것에 공감대가 크다.
3일 SK이노베이션은 0.47% 하락한 31만6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SK이노베이션의 올해 상승률은 66.31%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삼성SDI(20.70%), LG화학(21.23%)을 훌쩍 뛰어넘는 상승률이다. 최근 한국 정부가 미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LG화학과의 배터리 특허 침해 소송을 놓고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며, 불확실성 해소의 호재가 더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주가가 급등하자 개인 투자자들의 고민은 커졌다. 주가가 30만원대에 안착하며 개인 투자자들의 차익실현 욕구가 커지고 있는 것. SK이노베이션은 특히 지난해 개인 투자자의 비중이 높아진 종목 중 하나다. 2019년말 SK이노베이션의 소액주주 비중은 31.39%였으나, 지난해 3분기 말에는 45.02%까지 급등했다.
하지만 주가는 10월까지 13만원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11월 들어서 상승세가 보이자, 개인들은 4분기에만 3358억원어치를 매도했다. 이를 반영하면 지난해 말 기준 소액주주 비중은 43.07%로 추산되고 있다.
올 들어 주가가 추가 상승세를 보이자, 개인 투자자들은 다시 SK이노베이션 주식을 매수하기 시작했다. 올해 개인 투자자들의 구매액은 5000억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지난 2일 기준으로 소액주주 비중 추정치는 44.92%다. 지난해 4분기 판매했던 가격보다 더 비싼 가격으로 매수한 것이 된다.
개인 투자자들이 현재 고민하고 있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한 번 판 뒤, 주가가 더욱 상승하는 것을 경험했으니 차익실현과 보유 사이에서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증권사들도 급등하는 주가를 놓고 일부 엇갈리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와 함께 이달 들어 리포트를 공개한 12개 증권사 중 9개 증권사가 목표주가를 올렸다. 대신증권은 기존보다 66.6% 높은 40만원을 제시했다. 1개월 전 18만9000원이던 목표주가 평균치는 30만4000원까지 급등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목표주가를 급히 따라 올릴 수 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증권사들은 상승한 주가에 대응하기 위해 목표주가 산술 방식도 변경했다. KB증권은 자기자본이익률(ROE)을 참고했던 기존 방식에서 각 사업 부문의 가치를 더해 목표주가를 산출하는 방식을 적용했다. 백영찬 KB증권 연구원은 “공격적인 증설을 바탕으로 배터리와 분리막 사업가치가 급등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이런 방식으로 산출된 목표주가는 34만원이다. 목표주가를 올린 다른 증권사들도 배터리 사업 가치를 토대로 추가 상승 여력이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
단기적인 시각에서는 우려사항 역시 존재한다. 본업인 정유 업황의 회복이 아직까지 불명확하기 때문. 정유 부문 실적을 좌우하는 정제마진이 여전히 1달러대로 손익분기점(4~5달러)에 한참 못 미치고 있다. 정유 부문의 적자 누적은 기업 자체의 재무부담으로 이어졌다. 단기 재무 안정성을 보여주는 지표인 유동비율은 2019년말 166.0%에서 지난해 3분기 132.6%까지 악화됏다. 통상의 ‘건전’ 수준은 200% 이상이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본업인 정유의 부진과 배터리 투자 규모를 고려할 때 현재의 높은 재무부담은 해소해야할 리스크 요인”이라며 “회사가 제시한 순차입금 상한선 10조원을 지킬 수 있는지 지켜봐야 한다”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하나금융투자는 현 주가보다 낮은 28만원을 목표주가로 내놓았다.
또 다른 단기 변동성 요인은 LG화학과의 소송 합의 규모다. 오는 10일 소송 결과가 나오게 된다면 합의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양측이 생각하는 합의금 규모의 차이가 큰 상황. 합의금 결과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의 재무 부담은 더욱 커질 수도 있다.
이지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공격적인 증설로 기존 100기가와트였던 2025년 목표 생산량이 125기가와트로 올랐다”며 “LG화학과의 소송 비용으로 이익이 일부 깎이는 점은 아쉽지만 2차전지 시장 성장에 따른 수혜는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