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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의외로 가까이 있는 저작권 침해의 위험 ⓛ

과학 기술 발전과 함께 저작권 침해 사례도 속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저작권은 ‘저작재산권’을 의미 번역저작물 무단전재한 EBS에 복제권 침해 손배 판례도

과학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우리는 무한한 컨텐츠 바다 속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만큼 저작권 침해 사례도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대표적으로 불법 다운로드, 복제, 공유가 있다. 영화를 비롯해 소설, 시, 드라마, 음악, 그림 등 인간의 사상과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법적으로 ‘저작물’이라 칭한다. 대한민국에서는 저작물에 대한 창작자의 권리를 ‘저작권법’으로 보호하며 위반 시 형사처벌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하고 있다.

저작인격권과 저작재산권

저작물을 창작한 저작자는 저작권법상 3개의 ‘저작인격권’과 7종류의 ‘저작재산권(저작권)’을 보유한다. 저작인격권은 저작자의 명예와 인격을 보호하기 위한 권리로 △공표권(저작권법 제11조) △성명표시권(저작권법 제12조) △동일성유지권(저작권법 제13조)로 나뉜다. 저작인격권은 일신전속권으로서 저작자가 지적재산권을 양도하는 경우에도 창작자에게 남아있게 되는 만큼, 지적재산권 양도계약의 당사자가 저작인격권도 양도하기로 약정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무효이며, 포기할 수 없는 권리다.

저작물을 공중에게 공개할 것인지 여부는 저작자만이 결정할 수 있다. 따라서 저작자는 공표권, 즉 저작물을 공표할 것인가 공표하지 아니할 것인가를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성명명표시권은 저작자가 저작물에 대해 자신이 저작자임을 주장하고 이를 표시할 수 있는 권리로, 예명이나 아명 또는 펜네임 등으로 표시하는 것은 물론 자신의 이름을 표시하지 않을 권리도 포함된다. 마지막으로, 동일성유지권은 자신의 저작물이 창작한 본래의 모습대로 활용되도록 할 권리를 말한다.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저작권’은 저작재산권을 의미한다. 저작재산권이란 저작자가 저작물을 스스로 이용하거나 다른 사람이 이용할 수 있도록 허락함으로써 경제적 이익을 올릴 수 있는 재산권을 일컫는다. 저작재산권에는 복제권, 공연권, 공중송신권, 전시권, 배포권, 대여권, 2차적저작물작성권이 있다.

복제권은 저작물을 인쇄, 복사하거나 사진을 찍거나 또는 음악 CD의 곡을 MP3 파일로 변환하는 것과 같은 행위를 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공연권은 여러 사람들 앞에서 저작물을 상영 또는 공연하는 등의 방법으로 공개할 수 있는 권리로, 디지털기기를 통한 재생도 포함된다.

공중송신권은 여러 사람들이 저작물을 수신하거나 접근할 수 있도록 송신하거나 이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것과 관련된 권리다. 방송(라디오, TV 등)이나 정송(홈페이지,블로그 등) 디지털음성송신(인터넷방송 등)이 공중송신권에 포함된다. 이어 전시권은 미술 작품, 사진 그리고 건축물과 같은 저작물의 원본이나 복제물을 전시할 수 있는 권리이며, 배포권은 저작물의 원본이나 복제물을 여러 사람들에게 나눠 주거나 빌려줄 수 있는 권리를 일컫는다. 아울러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은 기존 저작물을 번역, 편곡, 변형, 각색하거나 영상으로 제작하는 등의 방법으로 이용할 수 있는 권리다.

마지막으로 대여권은 판매용 프로그램을 영리를 목적으로 대여하는 경우 권리자에게 사전 허락을 받도록 부여한 배타적 권리를 뜻한다. 저작자뿐만 아니라 실연자, 음반제작자도 대여권을 가지고 있다. 특히 저작재산권자의 허락을 받아 판매 등의 방법으로 거래에 제공된 경우에는 배포권이 소진되어 자유롭게 대여할 수 있는 것이 원칙이다.

가장 많은 문제가 되는 권리, 복제권과 번역권

기존 저작물을 이용한 상품 등의 제작에 대해서는 저작재산권 중 ‘복제권’과 ‘번역권’이 문제가 되며 판매 및 배포에 관해서는 ‘배포권’과 ‘공중송신권’이 문제가 된다. 이 중에서 가장 빈번하게 문제가 되는 권리는 복제권과 번역권이다.

지난 1980년 GATT에서 도입된 복제권은 판매권이나 제조권과 같이 특허권 안에 포함된 권리, 즉 특허를 낸 물건을 생산해 팔 수 있는 권리로 특허권자의 허가를 받지 않고는 특허 물건을 복제할 수 없으며 로열티를 지불해야만 복제권을 가질 수 있다.

이어 번역권은 저작권의 일부로서 저작권자에게 속하며, 원저작물을 번역한 창작물인 2차적 저작물은 독자적인 저작물로 보호받는다. 즉 저작물 번역 행위를 통해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권리로, 번역권은 저작자에게 속하며 다른 사람은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아야 번역할 수 있다.

사진=유토이미지

EBS, 번역저작물 무단전재로 피소

지난달 29일 ‘EBS 수능특강’ 집필진들이 교재를 만들면서 타인의 저작물을 무단으로 인용해 그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역사 교사 A씨는 세계사 교과서에 사료가 거의 실리지 않아 각 시대별 대표적 문헌·연설·조약·선언문 등의 사료를 직접 번역(영어·일어 등)해 수업자료로 활용해오다 지난 2000년 4월 해당 자료들을 엮어 교재로 펴냈다. A씨의 교재는 출간 이후 많은 출판사에서 학습자료로 인용됐고, 수능시험이나 모의고사 출제문항 지문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그러다 2019년 A씨는 자신의 동의 없이 EBS가 2010년 수능특강 교재에 자신의 번역물을 무단전재해 온 사실을 알게 됐고 같은 해 12월 EBS와 집필진 5명을 상대로 약 1,800만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A씨측은 구체적으로 저작재산권으로서 복제권 침해와 저작인격권으로서 성명표시권과 동일성유지권 침해를 주장했다.

이에 피고(EBS와 집필진들)는 타 출판사의 모의고사 기출문제나 세계사 교과서 등의 자료를 참조, 인용했을 뿐 A씨의 책을 인용한 것이 아니라며 저작권 침해 사실을 부인했다. 또한 교과서나 수능·모의고사 기출문제에 A씨 사료번역물이 인용됐다 하더라도 인용출처가 제대로 표시돼 있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고의·과실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의 번역물을 저작권법 보호대상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EBS 교재에 실린 사료번역물이 A씨의 저작물과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본 것이다. 특히 집필진들이 역사 교사로 구성되어 있는 만큼 교재 집필 당시 양질의 사료번역문 자료인 A씨 책의 존재를 전혀 몰랐다고 보기 어렵다고도 판단했다. 이에 저작재산권으로서 복제권을 침해했다고 보고 법리적으로 EBS 측이 잘못했다며 A씨 손을 들어줬다.

이처럼 저작권법으로 대표되는 인간의 지적 활동에 대한 보호망은 그 창의적 내용을 전파하는 매체 기술의 발전에 따라 적절한 대응책을 모색해 왔다. 실제로 저작권법이 공표된 초기에는 그 내용을 창작한 저작자 개인의 명예를 존중하기 위한 방안에서 비롯됐으나, 시대가 급변하면서 저작권 보호의 개념도 저작물에 대한 보상을 우선시하는 방향으로 변화했다. 저작권은 곧 ‘돈’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은 것이다. 이와 더불어 저작물 유형도 끊임 없이 변화해왔다. 당초 저작물은 주로 글자에 국한된 반면, 현재는 영상 저작물을 넘어 디지털 기술에 기반한 가상공간에 들어있는 저작물까지도 보호받을 수 있는 세상이다. 결국 저작권법이 문화산업의 걸림돌로 작용할지, 창작의 증폭제로 기능할 것인지는 저작물의 중요성을 얼마나 체감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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