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 개미’ 원성에 굴복한 국민연금… 매도 행렬 당분간 멈춘다

1분기 15조원 넘는 주식을 매도한 국민연금에 동학개미의 원성의 커지고 있다. 사진은 전북 전주시 덕진구 기지로에 자리한 국민연금 본사. 장정필 객원기자
전북 전주시 덕진구 기지로에 자리한 국민연금 본사 / 사진=디씨뉴스

올 들어 16조 원가량의 국내 주식 순매도를 거듭해 온 국민연금공단의 매도 행렬이 당분간 멈출 전망이다. 국민연금이 투자할 수 있는 국내 주식 비중의 최소·최대 보유 범위를 지금보다 더 넓혀야 한다는 ‘동학개미’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졌다.

국민연금은 9일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를 열고 국내 주식 보유 목표 범위를 넓히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국민연금기금 리밸런싱 체계 검토’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번 결정으로 국민연금이 전략적으로 국내 주식을 보유할 수 있는 ‘전략적 자산배분 허용 한도’는 종전 목표비중의 ±2.0%포인트에서 ±3.0%포인트로 확대됐다.

전략적 자산배분 허용 한도란 전체 운용자산 중 주식 비중 등이 기본목표 비율보다 높거나 낮을 때 일정 수준까지 오차를 허용해주는 제도다. 국민연금이 이 비율을 수정한 건 2011년 이후 10년 만이다.

작년 말 국민연금은 176조7000억 원(전체 자산의 21.2%)어치의 국내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다. 올해 국내주식 비중 기본목표(16.8%) 대비 4.4%포인트 높다. 현재 전략적으로 국민연금에 허용된 범위는 ±2.0%포인트이므로 18.8%까지 보유할 수 있는데, 이를 한참 넘어서는 것이다. 이 때문에 그동안 국내 주식을 계속 매도해 동학개미들의 반발을 사왔다.

출처=한경닷컴

국민연금은 전략적 자산배분(SAA) 외에도 전술적 자산배분(TAA) 목표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실무자들로서는 상부 보고 의무나 감사 대응 등을 고려해 통상적으로 SAA 허용한도를 기준으로 보유 비중을 조절해 왔다.

이번에 전략적 허용 범위를 ±3.0%포인트로 넓히면서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보유 한도는 13.8~19.8%로 확대된다. 올해 들어 연기금이 순매도한 15조5000억 원의 대부분을 국민연금이 차지한다고 가정하면 국민연금의 현재 주식 보유액은 약 160조 원 안팎(19~20% 수준)으로 추정된다. 운용역들이 비중을 맞추기 위해 기계적 매도에 나설 이유가 사라진 셈이다.

위원회는 대신 TAA 허용범위를 기존 ±3.0%포인트에서 ±2.0%포인트로 좁혀서, 자산배분 시 유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최대 범위를 목표비중 대비 ±5.0%포인트로 유지했다.

위원회는 지난달 말 열린 정례 회의에서 이 안을 한 차례 거부했다. 기금위에 상정되는 안건을 사전 검토하는 투자정책전문위원회와 실무평가위원회의 전문가들은 리밸런싱안에 대해 모두 반대 의견을 냈다.

하지만 정부가 이례적으로 이달 말 예정된 정례 회의 전에 ‘원포인트’ 개정을 재차 추진하면서 결국 전문가들을 ‘굴복’시킨 형국이 됐다. 선거를 앞두고 동학개미들에게 보내는 ‘러브콜’이 아니었느냐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증권업계는 국내주식 비중 확대가 매수세로 이어지기는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여전히 올해 국내 주식 보유 기본목표 비중은 16.8%인 데다, 2025년까지는 이를 15%로 더 낮춰야 한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수가 3100까지 달려온 상황에서는 주가가 조금만 올라도 국내주식을 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매도세는 잠재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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