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 7년 투자해온 ‘꿈의 항암제’ 결실 맺었다… CAR-NK 美에 2조 수출 쾌거

지난 몇 년간 녹십자 계열 세포치료제 개발회사인 ‘GC녹십자랩셀’에 대한 의견은 그닥 곱지 않았다. 일부는 ‘꿈의 항암제’로 불리는 CAR-NK 기술에 도전한다는 사실 자체를 높이 사기도 했으나, 대다수는 “변방의 자그마한 회사가 도전하기엔 너무 큰 목표”라며 고개를 저었다. 제약업계에서도 “그런 최첨단 기술이 설마 한국에서 나오겠느냐”며 회의적인 반응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많은 사람이 ‘무모한 도전’이라고 했던 CAR-NK 기술 개발. 그러나, 7년간의 긴 투자 끝에 녹십자랩셀이 이를 현실로 만들었다.
녹십자랩셀이 미국 MSD에 수출한 것은 세포 배양 등 CAR-NK 플랫폼 기술이다. MSD는 이 기술을 토대로 녹십자와 3개 고형암 치료제 개발에 나설 전망이다.
제약업계는 녹십자랩셀의 대규모 기술 수출의 비결로 ‘시장 트렌드를 읽는 눈’, ‘단기 성과에 집착하지 않은 장기 투자’, ‘글로벌 기업과의 적극적인 협업’ 등을 꼽고 있다.
GC녹십자랩셀은 기술 발전 속도를 감안하여 CAR-NK 시대가 예상보다 빠르게 열릴 것으로 판단했고, 2014년부터 선제적으로 본격적인 개발에 들어갔다. 이는 세계적으로 CAR-T 항암제조차 상용화되지 않았던 매우 빠른 시기였다. 첫 CAR-T 치료제인 킴리아는 3년 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았다.
회사 관계자는 “2010년부터 NK세포를 연구해온 결과, CAR-NK 개발에 승산이 있다고 판단해 회사의 역량을 집중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전기차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현대차가 차세대 자동차인 수소차 개발에 집중하듯, 녹십자도 CAR-T를 건너뛰고 CAR-NK에 올인한 것”이라고 예를 들어 설명한다.
대규모 기술 수출 성공을 이끈 마지막 열쇠는, 2019년 미국 계열사인 ‘아티바’를 세운 것이다. 국내에서 모든 연구를 수행한 뒤에야 기술을 넘길 해외 파트너를 찾는 여타 제약사와는 완전히 다른 행보였다.
녹십자랩셀은 연구진을 페이트, 벨리쿰 등 글로벌 바이오 기업에서 유사 업무를 수행한 전문가들로 구성했다. 이같은 구성이 향후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을 수출하거나 그들과 공동연구를 수행할 때 유리하다고 봤기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