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시흥 논밭 매수자 40%는 서울시민… 토지보상 개선 필요성 제기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이 제기된 광명 시흥지구의 최근 1년간 논과 밭의 매입자 40%가량이 서울 시민인 것으로 밝혀졌다.
주말농장 등 전원생활을 누리기 위해 수도권 외곽 논밭을 산 사람도 존재할 가능성이 있으나, 대부분 투자 수요가 몰린 것으로 보인다.
외지인인 LH 일부 직원들이 신도시 예정지 논밭을 매입하며 묘목을 빼곡히 심어놓고 토지보상을 기다려온 사실이 드러나며 큰 논란이 인 가운데, 정부의 신도시 토지보상 방식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7일 광명 시흥 신도시 예정지와 그 주변부에 지정된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작년 한 해 동안 10억원 이상 가격에 거래된 지목상 전(田)·답(畓) 거래 36건의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이 결과 총 89명의 매수자 중 34명(38.2%)이 서울 거주자였다.
광명시와 시흥시 주민은 28명, 그외 지역 거주자는 27명이었다.
광명시 옥길동의 3천㎡가 넘는 한 논은 작년 8월 6명의 서울시민이 15여억원에 매수했다.
6명의 거주지는 구로구와 노원구, 종로구 등으로 다양했다.
논 구입자 중 2명은 작년 7월에도 인근 논을 다른 지역 거주자 3명과 함께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작년 6월 시흥시 과림동의 4천㎡가 넘는 한 밭은 3명의 서울 거주자에게 18억여원에 판매됐다.
이번에 광명 시흥지구 땅을 매입하며 논란을 일으킨 LH 직원 상당수도 서울 송파구와 판교 등 강남권 거주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동산 시장 일각에선 2·4 대책이 나오기 전부터 광명 시흥 신도시가 지정된다는 사실이 정설처럼 돌았다는 증언이 나온다. 이 때문인지, 광명시와 시흥시 전역의 토지 거래가 최근 매우 과열된 양상을 띄었다.
한국부동산원의 매입자 거주지별 토지 매매 동향 자료에 따르면,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19년 1월부터 올해 1월까지 2년간 광명시의 전체 토지 매매는 2만575필지로, 이 중 서울 거주자가 매수한 거래는 5천876필지(28.6%)였다.
특히 광명 시흥지구가 3기 신도시로 지정되기 한 달 전인 지난달 서울 거주자의 광명시 토지 매수 비중은 35.8%까지 치솟아 월간 최고치였다.
시흥시는 지난 2년간 전체 토지 매매 3만7천355필지 중 서울 거주자의 매입이 5천591필지(14.9%)에 달했다.
광명시와 시흥시의 집값(주택종합)은 지난해 각각 12.02%, 8.29% 상승하며 2008년 이후 최고 상승률을 보였다.
3기 신도시 조성 계획이 구체화한 2018년부터 광명·시흥지구의 신도시 지정 기대감이 이어진 작년까지, 광명시와 시흥시의 3년 연평균 집값 변동률은 각각 8.48%, 1.79%였다.
광명 시흥지구가 지정된 지난달에도 광명시는 1.26%, 시흥시는 1.51% 집값이 상승하며 각각 전달(1월) 상승률인 0.86%, 0.62% 대비 상승폭을 키웠다.
신도시 지정을 앞두고 토지보상을 노리고 쏠리는 투자 수요를 막기 위해 토지보상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번 LH 직원들의 사례와 같이 토지보상만 아니라 영농보상까지 노려 개발 예정지에 묘목을 촘촘히 심어놓는 등의 행태가 반복되고 있는 추세다.
묘목을 심어두면 보상은 다 자란 나무를 기준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상당한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이에 신규 택지 개발 후보지나 도로 공사 예정지 등지에는 ‘묘목밭’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토지보상 체계의 문제점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으며, 투자 수요는 걸러내고 원주민에게 합당한 보상이 돌아가는 방향으로 토지보상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신도시 개발 방식 자체를 개선해야 한다고 평한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택지개발 예정지구가 갑자기 발표되는 현 방식에선 정보 접근성이 좋은 사람들은 갑자기 떼돈을 벌 수밖에 없다”며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국토계획이나 도시계획 등을 통해 장기적으로 택지를 개발하고 그에 맞는 투기 억제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정보라는 것은 어떻게든 샐 수밖에 없는데, 신도시 개발과 관련한 비밀주의 때문에 오히려 투기가 생기는 것”이라며 “정부가 신도시 등 신규 택지개발 시 국민에게 정보를 미리 개방하면 오히려 투기가 생기지 못할 수 있다”고 했다.
김 소장은 “토지보상 등은 일례로 지정 2년 전을 기준으로 보상 수준을 차등화하는 등 방식을 바꿔야 투기 수요를 막을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토지보상·부동산개발정보 플랫폼인 ‘지존’의 신태수 대표는 “정부가 신도시 후보지 선정 단계에서 후보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사전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