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 “은행권 배당 성향 20% 이내로 억제”… 코로나 장기화에 보수적 자본관리 권고

 

 

금융위원회는 “올해 6월 말까지 2020년 배당을 순이익의 20% 이내로 실시할 것을 은행권에 권고하기로 했다”고 28일 밝혔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며 경제 침체가 계속되는 국가적 위기 상황 속에서, 은행이 본연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손실흡수능력을 보유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27일 정례회의에서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은행 및 은행지주 자본관리 권고안’을 심의·의결했다. 해당 권고안의 핵심은 은행권의 배당 성향(중간배당·자사주 매입 포함)을 20% 이내로 한다는 것이다.

단, 국내 은행 지주회사에 속한 은행이 지주회사에 배당하는 것은 예외로 둔다. 정부가 손실을 보전하는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도 권고 대상에서 제외됐다.

 

배당 성향이란 배당금을 당기 순이익으로 나눈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배당 성향이 높다는 것은 기업이 벌어들인 돈을 주주들에게 그만큼 많이 돌려준다는 얘기다.

작년 주요 금융지주(25∼27%)들의 배당 성향과 비교했을 때, 올해는 한시적으로 5∼7%포인트 이상 낮춰 배당 성향을 20% 미만으로 억제하라는 것이 금융당국의 이번 권고 내용이다.

금융위는 현재 국내 은행들의 재무건전성이 양호한 수준이고 경영실적도 예년과 비슷하나,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한 경제 불확실성으로 예상치 못한 손실 대비를 위한 선제적 자본 확충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말부터 은행권과 배당 축소방안을 협의한 바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불확실성이 잠잠해질 때까지 배당을 소극적으로 했으면 한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의견이다.

 

이 과정에서 1997년 외환위기(경제성장률 -5.1%)보다 더 큰 강도의 위기 상황을 가정(-5.8%), 시나리오별로 충격을 견뎌낼 수 있는지 평가하는 스트레스 테스트(재무 건전성 평가)도 실시했다.

스트레스 테스트는 현재 발생 가능한 극단적인 경제·금융 상황을 가정, 금융회사, 기업·가계 등 특정 부문, 더 나아가 전체 금융 시스템의 드러나지 않은 취약성을 측정하고 분석하는 방법이다. 해당 테스트는 신한·KB·하나·우리·NH·BNK·DGB·JB 등 8개 국내 은행지주회사와 SC·씨티·산업·기업·수출입·수협 등 국내 지주회사 소속이 아닌 6개 은행을 대상으로 했다.

바로 반등하게 되는 U자형(장기 회복) 시나리오와 0% 성장하는 L자형(장기 침체) 시나리오를 놓고 각각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모든 은행의 자본비율은 최소 의무 비율(보통주 자본비율 4.5%·기본자본비율 6%·총자본비율 8%)보다 높게 유지되는 결과가 나타났다.

반면 배당 제한 규제 비율의 경우, U자형 시나리오에서는 모든 은행이 상회했지만 L자형 시나리오에서 상당수 은행이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국내 은행들이 대체적으로 손실흡수 능력을 갖추고 있으나, 보다 추가적인 여력을 확보해야 함을 의미한다는 것이 금융위의 분석이다. 이는 대출을 보수적으로 진행하고 배당을 억제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한 금융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보다) 장기화될 경우 일부 은행의 자본 여력은 충분하지 않을 수 있어, 당분간 보수적인 자본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해당 테스트의 L자형 시나리오에서 배당 제한 규제 비율을 웃도는 지주사나 은행의 경우, 원칙상으로는 자율적으로 배당할 수 있다. 하지만 금융위는 “코로나19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할 것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그러니 사실상 배당성향 20% 기준이 일괄 적용되는 셈이다.

이에 따라 자연히 배당성향이 낮아질 전망이다. 지난해 4대 금융지주사 배당 성향은 KB금융지주 26.0%, 신한금융지주 25.97%, 하나금융지주 25.70%, 우리금융지주 27.0%였다. 그러나 금감원 권고안을 지키면 배당성향이 전체적으로 5~7%p 낮아지게 된다.

이번 권고의 적용기간은 올해 6월 말까지다. 금융위는 권고 종료 이후에는 자본적정성을 유지하는 범위 내에서 종전대로 자율적으로 배당이 가능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