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 3번 해도 안 나가”… 대구 아파트에 무슨 일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입주자 모집공고 내야 하는데 죽겠어요. 어차피 미분양일텐데 괜한 요식행위만 느는 것 같습니다”, “대선 전에 분양하려고 했던 아파트들이 일정을 연기하더라고요.”, “롯데도 미달인데 지역 업체들은 어림도 없지 않겠습니까.”, “분양권에 피(프리미엄의 속칭)라니요? 마피(마이너스 프리미엄의 준말)도 떴다고 하더라구요”….(분양 업계 관계자들)

대구 부동산 시장이 싸늘하게 얼어붙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미분양 아파트가 꾸준히 늘고 있다. 미계약분을 대상으로 하는 무순위 청약 역시 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과거에는 까다로운 조건없이 추첨으로 당첨자를 가려 ‘줍줍’이라고 불리며 인기를 끌었으나, 대구에서는 무순위 청약에 당첨돼도 당첨자들이 계약을 하지 않아 또다시 모집공고를 내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분양권 시장에도 찬바람이 불어닥쳤다.

관련업계에서는 이 같은 현상이 적어도 2023년까지는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쏟아졌던 아파트 물량들이 한 번에 입주하는 시기가 2023년에 몰리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이러다 2009년의 악몽(미분양 급증으로 인해 대구가 ‘미분양의 무덤’으로 불렸던 시기)이 되살아나는게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한다.

“무순위 청약, 3번이나 해도 안 팔려”

1일 청약홈에 따르면 올들어 대구에서 공급된 아파트 3곳은 1~2순위 청약을 통틀어 미달을 기록했다. 달서구 본동 ‘달서 롯데캐슬 센트럴스카이'(481가구), 남구 남명동 ‘영대병원역 골드클래스 센트럴'(660가구), 남구 대명동 ‘나나바루아아파트 102동’ (60가구) 등이었다. 일반분양 1순위 청약률은 5~10%에 불과했다. 달서 롯데캐슬 센트럴스카이의 경우, 470가구를 모집하는 일반분양에서 고작 45명이 1순위에 청약하는 수준에 그쳤다.

지난해 ‘청약 미달→미계약→무순위→미계약→무순위’의 악순환도 반복되고 있다. 남구 봉덕동에 공급되는 ‘힐스테이트 앞산 센트럴’의 경우 최근 3회째 무순위 청약 신청을 받았다. 5가구를 모집하는데 21명이 지원해 4.2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마감을 장담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앞서 두 차례에 걸쳐 79가구와 6가구에 대한 무순위 청약을 받고, 계약이 이뤄지지 않아 또 나온 물건이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달서 SK VIEW’와 ‘태왕디아너스 오페라’도 무순위 청약을 세 번이나 받았다. 지난해부터 대구에서 무순위 청약을 받은 아파트 단지 수는 34개다.

부동산114와 관련업계 등의 자료를 종합해 보면, 지난해 대구에서 분양된 아파트는 45개 단지, 총 2만3550가구였다. 이 중 일반분양은 2만7가구였다. 이 중 대부분은 선호지역인 도심에서 공급됐고, 대구의 강남으로 불리는 수성구에서도 9개 단지·4478가구(일반 3940가구)가 쏟아져 나왔다.

대구에서는 2018년 이후 10만가구가 공급됐다. 최근 4년간 10만4071가구가 공급됐는데, 이를 연평균으로 환산해도 2만6018가구에 육박한다. 특히 2020년에는 3만가구가 넘게 공급됐는데, 이들 아파트가 입주하는 시기는 2023년에 몰릴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2023년에는 입주물량이 3만5000가구가량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공급과잉에 이어 입주물량 과다로 이어지면서 집값이 떨어지는 순환의 고리로 들어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고 공급된 고분양가 아파트의 경우, 자칫하면 입주 후 미분양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앞으로는 입주폭탄…분양권 들고 잠 못 잔다”

대구는 2020년 12월 전역이 조정대상으로 지정된 후 매매거래량이 크게 줄었다. 지난해 월평균 거래수는 2000건이 되지도 않는데 이는 전년대비 50% 이상 감소한 수치다. 여기에 올해부터 아파트 중도금과 잔금 대출이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에 포함되는 등 대출 규제가 강화됐다. 대구의 집값이 떨어지고 있는데다 무순위 청약이 나온 것도 시장 침체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한국부동산원은 1월 넷째주 기준으로 대구의 아파트 매매가가 11주째 하락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구의 아파트 매매가격이 전주 대비 0.08% 내렸는데, 지난해 11월 셋째주 -0.02%를 시작으로 11주째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부터 분양권이 주택수에 포함되기 시작한 점 역시 침체의 요인이다. 대구는 한 때 ‘분양권 성지’였지만, 이제는 ‘무피’는 기본에 ‘마피’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동구에서 분양된 아파트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집값이 하락하면서 실수요자건 투자자건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동구의 A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분양권을 몇 개씩 들고 있는 분들은 입주시기가 다가올 수록 초조해하고 있다”며 “분양권 전매제한이 시행된 이후에 분양 받은 수분양자들은 속앓이하기는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파트 분양권을 들고 있다면 잠이 안 오는 상황”이라며 “지역 부동산 업소들도 많이 들고 있다보니 이 쪽 동네(업계) 사정도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편 대구는 주택관련 각종 지표에서도 전국적으로 하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이 발표한 1월 전국 입주경기실사지수(HOSI) 전망치에서는 전국이 82.6로 전월 대비 9.6포인트(p) 하락했는데, 대구는 63.6으로 전국 최저치를 기록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작년 11월 기준 미분양 아파트 자료에서 대구는 2166가구였다.

일각에서는 대구가 본격적으로 침체기에 들어서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2009년 대구가 ‘미분양의 무덤’으로 불리며 건설사들이 법정관리 혹은 부도로 내몰렸던 시기의 미분양 아파트는 2만가구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인구가 240만명인 대구에서 2000가구가량의 미분양은 미미하다는 분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관계자는 “올해부터 분양이나 분양가의 완급을 조절하면서 공급하면, 우려할 만큼의 공급 폭탄까지는 안 올 수 있다”며 “도심을 중심으로 재건축·재개발에 따른 이주 수요가 워낙 많은 데다, 택지지구 개발에 따른 일시적인 공급 과잉이 겹친 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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