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사학 먹튀 방지법’은 ‘먹튀’를 얼마나 막았나?
- 비리사학 먹튀 방지법 효과 미비
- 도서관을 유치원으로 변경해 학교법인 폐쇄 막고 재산 빼돌리기
- 사학 옹호하던 야당 비난하던 거대 여당, 실효성 없는 법 개선할 수 있을까
2018년 12월에 통과된 속칭 ‘서남대법’은 학교법인 임원 (이사장, 이사, 감사)이나, 사립대 총장 등이 법을 위반해 해당 학교법인이 교육부로부터 회수 등 재정 보전을 필요로 하는 시정요구를 받았거나, 이를 이행하지 않고 해산되는 경우, ‘정관에서 학교법인 잔여재산의 귀속자로 지정한 자’가 특정한 조건에 해당할 경우에는 해당 지정이 없는 것으로 보도록 했다.
이 때 특정한 조건은 잔여재산 귀속자가 친인척 관계에 있거나, 귀속자 역시 법 위반으로 교육부로부터 시정 요구를 받은 경우를 말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해산한 학교법인의 설립자나 임원 또는 이들과 친족관계에 있는 자가 학교법인 해산 일을 기준으로 10년 이내 기간 중 잔여재산 귀속자 또는 그가 설립한 사립학교 대표자나 임원, 대학 총장(부총장)이었을 경우 (초, 중, 고교는 교장 또는 교감)’와 ‘잔여재산 귀속자의 임원 또는 그가 설립한 사립학교를 경영하는 자 등이 법을 위반해 정관으로 지정한 자가 교육부로부터 회수 등 재정적 보전을 필요로하는 시정요구를 받았으나 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를 말한다.
쉽게 설명하면, 비리 사학이 친인척 이름으로 운영 중인 다른 사학 재단에 재산을 이전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2020년까지 자발적으로 해산한 4년제 대학은 아시아 교육재단이 운영하던 아시아대 (2008년), 대정학원이 운영하던 선교청대 (2012년), 경북과학대학 재단의 경북외국어대학교 (2014년), 경북교육재단의 대구외국어대학교 (2018년), 서남학원의 서남대학교 (2018)년이고, 전문대학은 세림학원의 성화대학 (2012년)이다.
이 중 아시아대학은 2003년 개교했다가 교육부 감사에서 허위 재산 출연, 교수 채용시 금품수수 등이 적발되어 2008년에 해산되었고, 잔여재산을 경매에 붙여 2010년 대구한의대가 41억원에 낙찰 받았다. 경북외국어대학교의 경우, 경북과학대학을 운영 중이던 재단 이사장이 횡령, 비리로 이사장에서 쫓겨나자 다시 만든 학교로, 친인척 중심의 대학운영, 교비횡령 혐의 등으로 몸살을 앓다가 2013년에 폐교를 선언했다. 당시 경북외국어대 정관에 따라 잔여재산은 학교법인 무열교육재단으로 귀속되었고, 대구 달성군 화원읍에 있는 대원고등학교를 운영하는 재단은 현재 경북과학대학 재단과 합병한 상태다. 즉, 사학 비리로 쫓겨난 이사장이 새롭게 설립한 학교가 또다른 사학 비리로 폐교가 되는 와중에 원 재단으로 복귀한 셈이다.
특히 지난번 사립학교법 개정 원인을 제공했던 서남대는 설립자 이홍하의 횡령 및 불법 사용액 333억원 회수 등 시정요구 미이행, 정상적인 학사운영 불가능 등을 이유로 2017년 11월 교육부가 학교폐쇄 및 법인해산 명령을 내렸다. 그런데, 서남학원 정관에 따르면 서남학원 잔여재산은 이홍하가 설립한 다른 학교법인인 신경학원 (신경대학교 운영 중)과 서호학원 (한려대학교 운영 중)에 귀속되도록 되어 있다. 서남학원에 귀속된 재산의 상당액은 이홍하가 설립했다 폐교된 광주예술대의 자산이기도 했다.
학교법인이 해산된 대학 구성권들 대다수는 직장을 잃거나 다른 대학으로 뿔뿔이 흩어졌고, 상당수의 교직원들은 임금도 못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비리 당사자들은 큰 손해없이 재산을 돌려받거나 운영중인 다른 교육기관으로 재산을 옮겼을 뿐이다.
그러나 법인 해산 때만 해당 법안이 적용되고, 대학만 폐쇄되면서 법인 내에 다른 학교가 존속할 경우에는 적용이 불가능하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학교법인은 남아있고 학교만 폐쇄된 4년제 대학으로는 광주예술대, 명신대, 건동대, 한중대, 전문대학으로는 벽성대, 대구미래대 등이 있다. 특히 대구미래대학교의 경우 폐교 직전 내부 도서관 시설을 변경해 유치원을 설립하는 꼼수를 통해 다른 학교가 존속하는 학교법인을 만들기도 했다. 제주국제대학교 총장을 지내다 해고된 강철준 총장에 따르면, 폐교 소문이 무성한 제주국제대학교를 운영하는 동원교육학원이 동원유치원을 운영하는 것도 같은 목적이라는 주장이다.
(2005년 12월 16일, ‘개정 사립학교법의 원천무효’를 주장하는 대규모 촛불집회를 서울시청 앞에서 개최한 한나라당.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노무현 정부가 사립학교법 개정을 통해 교육을 망치려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한나라당의 참석요청에 따라 전방부대 방문일정을 취소한 채 집회에 참석한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도 눈에 띈다.)
기존 서남대법은 비리 가능성이 큰 대학이 교육부 감사 등을 통해 회수 등 재정 보전을 필요로 하는 시정 요구를 받기 전에 학교 법인을 스스로 해산할 경우에도 적용 받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대학 폐쇄로 인해 고통받을 교직원과 학생들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고등교육법시행령 졔29조에 따르면, 학교 폐쇄에 따른 학생 지원, 관리 매뉴얼이 있어 학생들의 경우 타 학교 편입 등이 어느정도 가능하지만, 교직원들의 경우, 교육부가 환수한 폐교의 재산이 매각될 때까지 임금이 체불된 상태로 고통을 받을 수 밖에 없다.
2017년 12월에 국회 교육문화위원회에서 서남대법이 통과되기 전부터 부족한 부분에 대한 추가 입법과 대책이 필요하다는 말이 무성하게 나왔다. ‘먹튀방지 사립학교법 상정않는 자유한국당은 사학비리 옹호당이냐?‘라며 야당 정치인들이 사학 비리와 관련있다며 날선 비판을 했던 180석의 거대 여당이 이번 4월 정기 국회에서 서남대법을 대구미래대법이나 제주국제대법으로 업그레이드 시킬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