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이름이 3000개?’… ‘자사 이름’ 왜 다르게 표기하나? 산업부 ‘당황’

"삼성전자 이름이 3000개나 된다고?"…산업부가 놀란 사연

산업통상자원부가 최근 반도체 장비 및 소재의 수출입 선화증권(BL)을 분석하던 도중, 분명히 삼성전자로 보이는 회사의 이름이 각양각색의 방법으로 표기돼 있는 사실을 발견했다.

‘SAMSUNG’ ‘SAM SUNG’ 등 띄어쓰기를 다르게 하는 것부터 시작해, ‘Samsung’, ‘SamSung’ 등 영문 대문자와 소문자를 다른 방식으로 섞은 것까지 배리에이션은 다양했다. 한 관계자는 “분명히 삼성전자가 수입한 것으로 보이는데, 회사 이름을 다르게 쓴 경우까지 모두 합하면 삼성전자를 표기하는 방식은 3000여개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BL에 자사 이름을 최대한 다르게 표시하는 이유는, 반도체 등 첨단 공정 기술이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삼성전자가 수입한 반도체 장비·소재를 분석한다면 생산량과 현재 준비 중에 있는 미래 기술의 방향을 파악할 수 있다.

삼성전자에서 중국과 베트남 등의 해외 법인으로 나가는 반도체 관련 기자재 역시 같은 이유로 다양한 방식으로 브랜드 네임이 표기되고 있다. 특정 기간의 BL 내역은 누구든 구입할 수 있어, 해외 경쟁자들에게 정보가 유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부가 BL까지 분석하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일본의 무역제재에 맞서 소재·부품·장비 산업 육성, 글로벌 공급망(GVC·global value chain) 관련 전략을 짜는 과정에서 필요성이 대두된 것이다.

해당 분야에서 실질적인 정책을 수립하려면 주요 제품의 수출입 내역을 가능한 정확히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어떤 소재가 얼마나 해외 수입에 의존 중인지, 비슷한 문제가 다른 나라에서 발생했을 경우 한국 산업을 어려움에 빠뜨릴 제품은 무엇인지 등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전까지 정부는 산업 및 통상 전략을 수립하며 무역거래 품목분류코드(HS)를 활용했다.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HS코드를 활용할 경우 개별 상품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파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업발전으로 제품 분류가 세분화되자, HS코드의 한계가 드러났다. 휘어지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소재로, 일본과의 무역 분쟁 당시 주요 수출 규제 품목 중 하나였던 폴리이미드가 그 예다.

폴리이미드는 HS코드에서 ‘플라스틱 판·시트 내 기타’로 분류되고 있다. 일반적인 플라스틱 판재 전체와 같이 분류가 묶여버리며, 일본에서 정확히 어느 정도의 폴리이미드를 수입하는지 파악할 수 없었다. 소부장 정책을 통해 수입대체가 얼마나 이뤄졌는지를 파악하기 힘들기도 했다.

에칭가스를 둘러싸고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한 바 있다. 한국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2018년 한국이 일본에 수출한 에칭가스는 39.65톤으로 집계됐으나, 일본측 자료에서는 0.12톤에 그쳤다. HS코드의 10개 숫자 중 앞부분 6개는 국제 공통으로 사용되지만 나머지 4개는 나라마다 다르게 부여하면서 빚어진 혼선이었다.

이같은 한계점으로 인해 산업부는 주요 장비 및 소재의 수출입물량을 파악할 때마다 기업들에 일일이 연락을 하며 수치를 취합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해당 수치 자체가 영업기밀에 해당된다. 정부는 현황 파악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같은 이유로 산업부는 관세청과 함께 불화수소, 폴리이미드 등 소부장 중점 품목 338개에 별도의 HR코드를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 변화된 산업환경을 반영, HR코드 전반도 내년까지 대대적으로 개편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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