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간 다 죽어” 국내 플랫폼 기업에 철퇴 휘두르는 공정거래위원회, 국내 산업 경쟁력만 죽이는 꼴

공정위 국내 플랫폼 기업 독과점에 칼 빼 들었다, 엄격한 제재 예고
EU DMA와 유사한 플랫폼법,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 선정해 사전 규제 적용
강하게 반발하는 플랫폼 업계, "해외 플랫폼에 국내 시장 잠식될 수도"
공정거래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가 플랫폼 기업들의 독과점 규제 방안 마련을 위해 관련 법 제정을 위한 사전작업에 착수했다. 경쟁 제한이 우려되는 일부 거대 플랫폼을 사전 지정해 각종 규제와 의무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독과점을 원천 차단한다는 복안이다. 이에 일각에선 공정위의 고강도 규제로 토종 플랫폼 산업 혁신이 막혀 국내 시장을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무회의서 플랫폼법 논의 본격화

17일 정부에 따르면 공정위는 오는 19일 열릴 국무회의에서 ‘플랫폼 경쟁 촉진법(가칭, 이하 플랫폼법)’의 내용을 토의 안건으로 상정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방송통신위원회·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와 논의할 예정이다. 업계는 공정위가 추진하는 플랫폼법이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발의한 ‘온라인 플랫폼 독점규제에 관한 법률안’과 유사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아직 법안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매출액과 이용자 수 시장 점유율 등을 고려해 시장별로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를 지정, 사전 규제에 나서는 것이 골자다. 구체적으로 ▲자사 플랫폼 이용자에게 타사 플랫폼 이용을 금지하는 ‘멀티호밍 제한’ 금지 ▲알고리즘 조작으로 자사 상품을 경쟁 상품보다 유리하게 노출하는 ‘자사우대’ 금지 ▲자사 플랫폼 서비스와 다른 상품을 함께 구매하도록 강제하는 ‘끼워팔기’ 금지 ▲자사 플랫폼 이용자에게 타사 플랫폼보다 유리한 거래조건을 강요하는 ‘최혜대우’ 금지 등이 있다. 규제 위반 시 기존 공정거래법 대비 과징금을 상향 조정한다는 내용도 추가됐다.

“플랫폼 시장 독과점 엄격히 제재할 것”

일각에서는 플랫폼법이 정부에서 시장 내 독과점 이익을 누리는 기업을 척결하겠단 의도가 내포돼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공정위에서 시장 획정부터 지배적 지위 판단까지 긴 시간이 소요되는 탓에 즉각적인 제재에 어려움이 있는 만큼, 플랫폼법을 통해 주요 위반 행위를 사전 지정함으로써 독과점 플랫폼의 반칙 행위를 예방하려 한다는 것이다.

플랫폼법이 도입되면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주요 플랫폼이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돼 각종 규제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기업이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시장 경쟁을 저해하거나 소비자의 이익을 침해하는지 여부를 정부가 집중 감시하겠다는 취지다.

이는 현재 유럽연합(EU)이 시행하고 있는 디지털시장법(DMA)과 유사하다. 현재 EU는 연 매출 75억 유로(약 10조7,000억원)·시가총액 750억 유로(약 107조195억원) 등의 요건을 충족하는 플랫폼 기업을 ‘게이트키퍼’로 지정하고, 자사우대 금지·이용사업자의 판매 자율권 허용 등의 규제를 어길 경우 매출의 최대 10%까지 과징금을 부과하고 있다. 빅테크 기업을 보유하지 않은 대신 미국·중국 등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과 디지털 패권 경쟁에서 주도권을 쥐려는 시도다.

한기정
한기정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11월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공정거래위원회

과잉 규제로 점철된 플랫폼법, 재설계 필요성↑

업계에서는 현행 공정거래법으로도 충분히 플랫폼 위법 행위를 제재할 수 있다는 이유로 플랫폼법이 ‘과잉 규제’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한 IT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법은 정부가 나서서 이용자 1,000만 명 이상 규모로 플랫폼이 크지 못하게 제초제를 뿌리겠다는 의미”라며 “이렇게 되면 국내 플랫폼들의 국제 경쟁력이 떨어져 자칫 해외 거대 플랫폼 기업들에 국내 시장이 잠식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플랫폼 업계 관계자도 “현재 우리나라의 산업과 시장은 국내 기업의 플랫폼이 지켜내고 있다”며 “공정위에서 과도한 규제를 가할 경우 국내 산업 보호보다는 산업 경쟁력 자체가 위협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우리나라 플랫폼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플랫폼법을 재설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특히 EU와 국내 시장이 상이한 상황에서 DMA와 유사한 방식의 제도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국익과 국내 디지털 산업 생태계 발전에 큰 위협이 된다는 지적이 거세다. 정윤혁 고려대학교 교수는 “EU가 DMA로 아마존·애플·메타 등 해외 빅테크를 사전 규제하는 것은 마땅한 플랫폼을 보유하지 않아 규제를 통해 이익과 목적을 추구하려는 것”이라며 “자국 플랫폼을 타겟으로 하는 국내의 규제 방향과는 괴리가 있다”고 말했다. 권세화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실장도 “유럽은 자국 플랫폼의 경쟁력이 없으니 보호하겠다고 규제를 시작했지만 우리나라는 우리 기업을 때려잡아서 중국에 시장을 넘겨주는 것밖에 안 된다”며 “우리나라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제도 수정을 고민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공정위의 규제가 국내 플랫폼이 아닌, 글로벌 플랫폼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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