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창업엔 국경 없어”, 스타트업 해외 진출 지원 사격
정부 ‘스타트업 코리아 종합대책’ 확정 발표 글로벌화-민간 투자 활성화에 중점 업계 “취지는 높이 평가, 시장 흐름 방해 말아야”

앞으로 우리 국민이 해외에 설립한 스타트업도 국내에서 창업한 스타트업과 같은 수준의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정부가 K스타트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독려하고 해외 거점 마련 활성화에 나선 데 따른 것이다.
정부는 30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스타트업 코리아 전략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스타트업 코리아 종합대책’을 확정 발표했다. 업계는 국내 스타트업 시장이 포화상태에 있는 만큼 해외로 지원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정부의 취지를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다.
“2조원 규모 펀드 조성, 해외 진출 장려하고 민간 투자 활성화”
이번 종합대책의 주요 내용은 △글로벌화 △벤처투자 민간 전환 △지역 창업·벤처 생태계 활성화 △규제 완화 △도전적 창업 분위기 조성 등이다.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를 비롯해 교육부와 법무부 등 다양한 부처가 정책 효율화를 위해 힘을 합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는 해외에서 현지 창업을 한 한국인으로 스타트업 지원을 확대한다. 한국 경제에 기여하는 등 일정 요건을 갖춘 한국인 창업 해외법인에 대해서는 지원 근거를 마련하고, 일정 규모 이상의 해외 VC로부터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은 정부가 매칭 지원하는 글로벌 팁스 프로그램을 신설한다.
외국인의 한국 창업 및 취업도 지원한다. 기술성과 사업성 등을 갖춘 경우 창업비자 부여 및 사업화 자금 지원을 검토하고, 스타트업 인력 수요가 높은 부문을 대상으로는 전문인력 비자(E-7) 발급 요건을 강화할 방침이다. 또 글로벌 창업허브를 구축해 전 세계 청년들이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한다.
벤처투자 민간 전환을 위해서는 민간과 정부가 함께 출자해 오는 2027년 27년까지 총 2조원 규모의 ‘스타트업 코리아 펀드’를 조성한다. 해당 펀드는 딥테크, 글로벌 진출, 회수(세컨더리) 세 분야에 집중 투자된다. 그동안 보조금, 출연금 등으로 한정됐던 창업지원 방식은 추가 재정 없이 기업당 더 많은 지원을 하되, 회수 후 재투자가 가능하도록 투자와 융자 등이 결합된 형태를 도입한다.
지역 벤처 생태계 활성화는 지역 투자 촉진에서 지역경제 활성화, 균형발전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스타트업 청년 종사자들이 정주할 수 있는 공간인 지방 스페이스-K(가칭)를 조성하고, 이를 중심으로 기업과 교육기관, 연구소 등이 밀집된 스타트업 클러스터로 확대해 나간다. 비수도권의 투자 활성화를 위해 도입된 지역 엔젤투자허브도 꾸준히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도전적 창업 분위기 조성은 군인, 연구자, 대학생 등 다양한 주체들이 창업에 자신 있게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이를 위해 과학기술전문사관 제도를 창업교육·창업사업화 지원과 연계해 군(軍)내 우수 인재들의 창업에 대한 접점을 확대하고, 고난도 신기술이 창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딥사이언스 창업을 촉진한다. 창업 친화적 학사제도를 도입한 대학들은 정부 지원 창업사업 선정 시 우대하는 방안으로 대학 내 창업 촉진 분위기를 확산한다.
이날 윤 대통령은 “세계 경제 흐름에 맞춰 스타트업도 세계로 시야를 넓혀야 할 때”라고 강조하며 “혁신에 도전하는 우리 청년들이 자유롭게 창업하고 글로벌 시장으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정부가 든든한 지원군이 되겠다”고 밝혔다.
고성장·다출산 해외 국가 공략 나서는 기업들
정부의 해외 진출 기업 지원 확대는 국내 산업 전반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시장과 스타트업들의 성장 가능성에 제동이 걸렸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1990년대 이후 줄곧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 온 내수 시장이 최근 2~3년 사이 급격한 침체를 맞았기 때문이다. 국내 시장에서 활로를 찾지 못한 다수의 기업은 적극적으로 수출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식품과 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해외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먼저 식품 업계 해외 진출은 K푸드 글로벌 영토 확장을 위해 캐나다를 비롯한 미진입 국가 진출에 나선 CJ제일제당과 인도에 생산 공장을 구축해 초코파이 생산 및 판매에 돌입한 오리온을 예로 들 수 있다. CJ제일제당은 미국 등 기존 해외 생산 시설에서 만든 제품을 인접 국가로 수출하는 방식인 C2C 모델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캐나다에 진출했으며, 오리온은 해외 사업에 주력한 결과 러시아에서 누적 매출액 1조원을 넘는 성과를 기록했다.
일반 가공식품에 이어 건강기능식품(이하 건기식) 기업들의 발걸음도 해외를 향하고 있다. 그 결과 건기식 기업인 코스맥스엔비티, 노바렉스, 뉴트리원 등은 올해 1분기 일제히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코스맥스엔비티는 국내보다 해외시장에서 더 좋은 성적을 보이고 있으며, 노바렉스는 지난해 333억원의 역대 최대 해외 매출을 기록한 후 지금까지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뉴트리원은 아프리카에 이어 유럽으로 시장을 넓혔다.
시장 포화 현상은 비단 유형 상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무형 상품 및 서비스 기업의 해외 진출로는 대표적으로 보험사를 들 수 있다. DB손해보험은 지난 2월 현지 시장점유율 10위권에 드는 베트남 손해보험사 VNI의 지분을 75% 인수하며 경영권을 확보했고, 이 외에도 한화생명, 삼성생명, 교보생명 등이 해외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저출산·고령화가 심화하면서 신규 고객 유입이 어려워지자, 기업들이 앞다퉈 고성장·다출산이 예상되는 나라들로 발을 넓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적극적 지원으로 초기 성장 도모, 지나친 간섭에는 주의 필요
문제는 이같은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규모·저자본인 스타트업들은 해외 진출도 쉽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지난해는 세계 주요국들이 일제히 긴축 조정에 들어가며 해외 기진출 스타트업들 사이에서도 서비스 중단이나 매각에 나서는 사례가 급증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이 경색되자 투자자들도 대기업 위주의 저위험 투자를 지속하는 등 창업하기 불리한 환경이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 스타트업 진출 방식은 단독 투자가 76.5%로 가장 많았으며, 해외기업과의 합작 투자(8.1%), 해외지사를 본사로 전환하는 ‘플립'(5.0%) 등 순을 보였다. 지난해 12월 전 세계 해외무역관에 입주한 29개국 259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해당 조사에서 전체 응답 기업의 약 3분의 2가량은 정부 지원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으며, 정부 지원 사업 경험이 있는 스타트업은 35.5%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한국 스타트업들이 기술적으로나 사업적으로나 상당한 성숙도를 보이는 만큼 해외에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으며,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우리 스타트업들의 초기 성장을 견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다만 지나친 간섭으로 시장의 흐름을 방해하거나 개별 기업의 사업 자율성을 해치는 것에는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업계의 관심과 민간 참여가 병행돼야 성과를 거둘 수 있는 만큼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