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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5월 소비자 물가 전월 대비 0.6%p 하락에도 ‘물가 전이’ 탓에 하반기 다시 상승세로 돌아설 듯

5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 2.7%, 21개월 만에 2%대로 떨어져 한은, 에너지 기저효과 이후 하반기 3%대로 올라설 것 이창용 한은 총재, 정부 개입으로 일시적인 물가 관리 가능, 장기적으로 가능할지는 의문

4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 5월 소비자 물가지수는 전월과 동일한 111.12를 기록했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2.7% 상승해 전월 3.3%보다 0.6%p 하락한 수치다.

통계청의 2023년 6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인플레이션이 2%대로 떨어진 가운데, 물가 상승을 이끈 주 품목은 전기·가스·수도 품목으로 무려 25.9%가 상승했다. 이미 휘발유, 경유 등의 유류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나, 정부 정책 등으로 인상 압력을 자제시켰던 것이 완화됐기 때문이다. 이어 사과, 닭고기, 빵, 유아동복 등이 각각 11.1%, 13.7%, 11.5%, 13.7% 등으로 크게 뛰어올랐다. 반면 휘발유, 경유는 각각 23.8%, 32.5% 떨어졌고 돼지고기, 국산쇠고기 물가는 7.2%, 5.1% 하락세를 보였다.

출처=통계청

인플레이션 2%대 진입, 올해 최종 물가상승률은?

4일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물가 상황 점검회의’를 통해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하면서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예상대로 2%대까지 둔화했으나 다음달부터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 연말기준 3% 안팎에서 등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5월 소비자 물가지수는 4월과 동일한 111.12를 보였으나 작년 물가 상승세가 가팔랐던 탓에 전년 대비 물가 상승률이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지난 5월 한은은 올해 물가 전망치로 상반기 3.8%, 하반기 2.9%, 연간 합계 3.3%를 제시한 바 있다.

이달 통계청이 발표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3.5%로 한 달 사이 0.4%p 떨어졌다. 김 총재보는 예상대로 근원물가 상승세가 둔화된 점을 지적하며 “완만한 집세 둔화 흐름이 이어진 가운데, 개인서비스물가 오름폭 축소 등 향후 완만한 둔화 흐름을 나타내고 있는 만큼 지난 전망경로를 다소 상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국제 유가 추이, 국내외 경기 흐름, 공공요금 조정 정도 등에 여전히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1년 기대인플레이션도 전월 수준인 3.5%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는 소비자 물가지수 상승률이 2%로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근원물가가 높게 유지되는 것은 유가 하락에 따른 일시적인 효과라는 설명이다. 하반기 들어 에너지 가격 하락에 따른 기저 효과가 끝나고 나면 근원물가에 근접한 물가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3.9%였고,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코어 근원물가’ 상승률은 4.3%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이 실질적인 인플레이션은 잡히지 않았다는 분석을 내놓는 이유다.

한국 소비자 물가지수/출처=인베스팅닷컴

물가 전이 탓에 안 떨어진다?

경제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이 2%대로 떨어졌으나 지난달까지 이어진 유가 하락이 주원인인 데다 1년간 기대 인플레이션도 여전히 3.5%대인 만큼, 당분간 금리 인하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각국 중앙은행의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2%대에서 여전히 벗어나 있고, 근원물가 상승률도 3.5%를 보이고 있어서다. 일반적으로 근원물가는 소비자 물가에 후행하지만 상승세가 꺾이는 속도가 더디다.

이어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 이유로 전기, 가스, 유류 가격을 비롯한 에너지 가격에 대한 인상 압박을 그간 정부가 억눌러 왔으나, 하반기 들어 결국 인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점을 들었다. 특히 세수 부족 탓에 올 하반기 유류세가 환원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대중교통 요금도 인상 압력에 시달릴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기업들이 가격을 올릴 경우 소비자들에게 2차 부담이 가해지면서 하반기에도 인플레이션 압박이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함께 내놨다.

이렇듯 이른바 ‘긴축 2라운드’에 대한 우려가 깊은 가운데 미국, 영국 등의 주요 국가에서는 유가 상승 압박이 사라졌음에도 이자율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시장 지배력이 있는 기업들이 가격을 올리면서 소비자들에게 2차 부담이 가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압력으로 라면 등의 주요 생필품 가격이 조정되는 한국과 달리 서방 국가들은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물가 상승 중 경기침체, 일반적으로는 반비례 관계에 있음)’ 우려가 가중되는 상황이다.

‘그리드플레이션(Greedflation)’ 우려

지난달 29일 국내 ‘라면 3사'(농심·삼양·오뚜기)가 라면 가격 인하를 예고한 바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라면 가격 인하 권고에 따른 것이다. 시장 분석 전문가들은 라면 가격이 정부 압력에 굴복한 것과 같이 시장 압박에 다른 상품 가격도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지난 4월 치킨 가격을 최대 3천원 인상했던 교촌치킨은 5월 들어 다시 3천원 할인 쿠폰을 발행하는 등 매출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난 4월에 평균 7% 가격 인상을 단행했던 뜌레쥬르도 경쟁사인 SPC그룹이 평균 5% 가격 인하에 나서겠다고 밝히자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지는 원자재 및 인건비 인상을 상품 가격에 반영해 영업이익률을 유지하는 기업의 행태를 ‘그리드플레이션(Greedflation)’이라고 해석했다. 기업들의 가격 인상이 ‘긴축 2라운드’를 야기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기업들의 가격 결정력에 정부 압력이 작동하는 만큼 물가 상승을 억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반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정부의 물가관리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며 추 부총리의 라면 발언을 “정치적 말씀으로 해석한다”고 평했다. 기업들에게 영업손실을 강요하면서까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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