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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사우디 국부펀드 PIF, 논란의 투자 사례 분석 ③ 미국 내 親사우디 세력 지원

투자 경험도 일천한 트럼프 사위의 PEF에 20억 달러 쾌척 145조원 규모의 무기 판매 대가로 트럼프 전 행정부와 밀월 유지 쿠슈너와 트럼프, 카슈끄지 암살로 비난받은 빈 살만 끝까지 옹호 왕세자의 정치적 도구로 활용되는 국부펀드, 민주주의 후퇴 우려도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PIF(공공투자펀드·Public Investment Fund)는 왕위 계승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 왕세자가 주도하기 시작하면서 사우디 경제 개혁에 있어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표면적으로 PIF를 이끄는 건 왕세자의 오른팔인 야시르 알 루마얀 총재지만 전문가들은 사실상 왕세자가 돈줄을 쥐고 있다고 본다.

왕세자는 ‘젊은 개혁가’ 이미지를 내세우며, 탈석유화를 목표로 하는 경제 다변화 정책인 ‘사우디 비전 2030’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의 셰일 오일, 신재생에너지 등으로 인해 사우디의 석유 패권이 흔들리자 차세대 산업을 개발해 석유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사우디가 야심 차게 추진하고 있는 네옴 시티와 제2의 국적 항공사 리야드에어도 비전 2030의 일환이다.

왕세자가 본격적인 지배권을 행사하기 시작한 이후 PIF는 투자 분야를 종교 관광부터 엔터테인먼트, 에너지, 국방, 스포츠까지 다방면으로 확대해 나갔다. 투자 지역을 살펴보면 북미와 유럽이 각각 43.3%, 24%로 높은 비중을 차지한 가운데, 자국을 포함한 중동 투자 비중도 17.6%를 기록했다. 특히 개별 건수를 기준으로 전체의 51.3%가 미국에 투자될 정도로 미국에 대한 편중이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문제는 대(對)미 투자 가운데 손실 위험이 크거나, 정치적 의도가 담긴 투자도 많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PIF는 빈 살만 왕세자와 함께 각종 추문에 휘말리며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일례로 PIF는 트럼프 전 행정부 인사들에게 수십억 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드러나 큰 파장을 일으켰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재러드 쿠슈너 전 백악관 수석 고문/사진=재러드 쿠슈너 트위터

트럼프 전 행정부와의 밀월

2021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위이자 트럼프 정부 시절 막후 실권자였던 재러드 쿠슈너(Jared Kushner) 전 백악관 수석 고문은 미국 마이애미에 사모펀드(PEF) 운용사 어피니티 파트너스(Affinity Partners)를 설립했다. PIF는 투자 경험도 일천한 이 신생 회사에 2022년 4월 무려 20억 달러(약 2조6,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감행했다. 쿠슈너가 이스라엘에서 기술개발 사업을 하겠다며 PIF에 투자를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당시 PIF 이사회의 전문가 패널들이 어피니티 파트너스의 경험 부족, PIF가 리스크를 책임질 가능성 등 ‘모든 면에서 불만족’이라는 실사 결과를 토대로 반대를 권고했음에도 왕세자는 이를 무시하고 거액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PIF는 스티븐 므누신 미국 전 재무장관의 투자회사 ‘리버티 스트래티직 캐피털(LSC, Liberty Strategic Capital)’에도 10억 달러(약 1조3,000억원)를 투자한 바 있다. LSC는 PIF의 투자를 유치한 이후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 사무소를 개설했다.

특기할 만한 점은 부동산 재벌가 출신으로 금융투자 경험이 거의 없는 쿠슈너가 미국 경제를 진두지휘한 골드만삭스 출신의 므누신 전 장관보다 2배나 많은 투자금을 유치했다는 사실이다. 투자 조건도 더 유리하다. PIF는 자산운용 수수료로 므누신의 회사에 1%를 지급하기로 한 반면, 쿠슈너의 회사에는 1.25%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쿠슈너의 어피니티 파트너스는 PIF 투자 운용과 관련해 실적과 상관 없이 연간 2,500만 달러(약 327억원)의 수수료를 지급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출신의 하원 감독 및 관리위원회 위원장이 조사에 착수했지만, 올해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하면서 조사를 중지시켰다. 쿠슈너 측은 “선임보좌관을 지낸 전후에 법을 어긴 적이 없다”고 반박했고, PIF도 성명을 통해 “이사회의 의사 결정이나 경영이 왕세자의 영향을 지나치게 받고 있다는 주장을 거부한다”고 밝히며 왕세자의 명령에 따른 투자가 실적을 거두지 못했다는 비판을 일축했다.

‘MBS의 옹호자’, 재러드 쿠슈너 전 백악관 수석고문

일련의 상황을 고려할 때 PIF가 쿠슈너의 회사에 20억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자금을 투입한 것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4년 대권 탈환을 염두에 둔 ‘보험’이거나, 트럼프 전 행정부 당시 쿠슈너가 보여줬던 친사우디 행보에 대한 ‘보상’의 성격이 강하다. 집권 당시 이란을 제외한 중동 국가에 우호적인 정책을 펼쳤던 트럼프가 향후 재집권할 가능성을 배제해선 안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한 빈 살만 왕세자와 쿠슈너의 친분도 크게 작용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쿠슈너는 ‘MBS의 옹호자’로 통한다. 백악관 선임보좌관 시절 쿠슈너는 다른 보좌진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트럼프에게 사우디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트럼프가 재임 중 첫 방문 국가로 사우디를 선택한 데에도 쿠슈너의 입김이 반영됐다.

이뿐만 아니라 2017년 빈 살만이 부패 척결이란 명분하에 300명에 달하는 왕실 인사들을 구금한 사건에도 쿠슈너와 트럼프 전 행정부가 관여했다는 얘기도 있다. 이른바 ‘피의 숙청’으로 불리는 사건 약 한 달 전인 같은 해 10월 말, 쿠슈너가 예고도 없이 사우디를 방문해 빈 살만과 접촉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재러드와 빈 살만은 동갑이고 서로 좋아할 뿐”이라며 모든 물밑 거래설에 선을 그었다.

그러나 트럼프의 주장과 달리 트럼프 전 행정부에서 사우디에 1,100억 달러(약 145조원)에 이르는 천문학적 규모의 무기 수출 계약을 이끌어 낸 것도, 카슈끄지 암살 사건으로 인해 불거진 의회의 반대로부터 해당 계약을 사수한 것도 바로 쿠슈너다.

사우디아라비아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튀르키예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으로 들어가는 모습(왼쪽)과 암살을 숨기기 위해 카슈끄지처럼 수염을 기르고 똑같은 옷과 안경을 착용한 대역이 영사관에서 걸어나오는 모습/사진=CNN 캡처

카슈끄지 암살 사건의 전말

특히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은 왕세자가 쿠슈너와 트럼프에게 마음의 빚을 지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사우디 출신의 언론인 카슈끄지는 미국에서 자발적인 망명 생활을 하며 왕세자의 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의 칼럼을 기고해 왔다. 그러던 중 결혼 관련 서류를 받기 위해 2018년 10월 튀르키예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을 찾았다가 암살단에 의해 손가락이 잘리는 고문을 당한 뒤 참수당했다. 사망 직전 작성한 미공개 칼럼의 제목은 ‘아랍이 가장 원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였다.

미국 국가정보국(DNI)이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부터 사우디의 실세로 등극해 전권을 넘겨받은 빈 살만은 반체제 언론인들을 침묵시키기 위해 지원을 쏟았다. 빈 살만은 특히 워싱턴포스트(WP)에 칼럼을 게재하는 카슈끄지를 눈엣가시로 여겼고, 측근들에게 카슈끄지를 처리하지 못할 경우 체포될 수 있다는 압박을 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이스탄불에 잠입한 15명의 암살단원은 모두 사우디연구및미디어문제센터(CSMARC) 소속으로, 이는 빈 살만의 최측근이 주도하는 기관이다. CSMARC 운영자는 재판에서 “왕세자의 승인 없이는 아무런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고 주장하며 왕세자 배후설에 힘을 실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도 빈 살만이 카슈끄지의 살해를 지시했다고 판단했다. CIA에 따르면 카슈끄지 살해 당시 암살단이 이용한 2대의 전용기가 PIF 소유 기업인 ‘스카이 프라임 항공’ 소속으로 확인됐다. 이후 튀르키예 정부 역시 암살의 배후에 빈 살만이 있다고 결론 내렸지만, 트럼프는 “어떤 경우에든 사우디와 함께하겠다”며 면죄부를 주는 발언을 했고, 쿠슈너 또한 의회의 거센 비판에도 빈 살만을 끝까지 옹호해 논란을 빚었다.

美 재계의 ‘보이콧’

카슈끄지 암살 사건은 2018년 10월 PIF 주최로 개최된 글로벌 투자 콘퍼런스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 Future Investment Initiative)’에도 영향을 미쳤다. FII는 세계 최대의 ‘큰 손’인 PIF로부터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재계와 금융계의 글로벌 인사들이 대거 참석하는 행사로, 업계에서는 ‘사막의 다보스’로 불리기도 한다.

그러나 암살 사건에 빈 살만이 개입했다는 정황이 드러나자, FII에 대한 국제사회의 여론은 급속도로 악화됐다. 당초 FII가 빈 살만이 추진하는 사우디 경제개혁의 홍보를 위해 마련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당시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 래리 핑크 블랙록 최고경영자(CEO), 스티븐 슈워츠먼 블랙스톤 회장 등이 사우디행 항공권을 취소했으며 크리스티안 제빙 도이치은행 CEO, 김용 세계은행 총재,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다라 코스로샤히 우버 CEO 등 주요 경제계 인사들도 불참을 선언했다. 아울러 파이낸셜타임스(FT), 뉴욕타임스(NYT), CNN, CNBC, 닛케이 등의 주요 외신들도 스폰서십과 취재 계획을 일제히 취소했다.

글로벌 펀드 업계에서는 PIF에 빈 살만의 권력이 집중된 현상을 두고 사우디 왕국에 이어 세계를 통치하겠다는 왕세자의 거대한 욕망이 담겨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과의 양자 관계에서 군사와 석유를 제외한 분야의 ‘소프트 파워’를 신장한다는 단순한 목적을 넘어 친사우디 세력의 강화를 도모하는 등 사실상 국부펀드를 정치적 도구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국부펀드가 한 국가를 대표하는 거대 투자기관이라는 점에서 대내외적 비판을 피하긴 어려우나, 하향식 간섭을 제어할 어떤 제도적 장치도 마련되지 않은 상태가 지속될 경우 세계 민주주의가 붕괴하고 권위주의가 득세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단순한 기우로 치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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