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지표는 우상향, 고용 상황은 우하향? 고용 불안 높아진 이유는

고용지표 좋지만, 대부분 고용허가제 외국인들 국내서도 해외서도 ‘칼바람’, 권고사직·정리해고 불안 ↑ 고용보험 가입 둔화=경제 불황은 아니지만, “불안 해소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 권고사직을 검색한 직장인이 1년 새 9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블라인드 가입자 상승으로 인한 검색량 증가를 감안하더라도 특정 주제의 키워드 검색량이 이토록 증가하는 건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최근 코로나 엔데믹과 경기 침체까지 겹치며 직장인의 고용 불안성이 짙어진 게 원인인 것으로 분석된다.

‘고용 불안’ 키워드 검색량, 전년 동기 대비 3.3배 증가

10일 팀블라인드가 발표한 ‘1분기 블라인드 한국 가입자의 고용 불안 키워드 검색 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해고·권고사직·실업급여·구조조정·희망퇴직·명예퇴직 등 고용 불안 키워드의 검색량은 전년 동기 대비 3.3배 증가했다. 특히 ‘권고사직’의 검색량은 전년 동기 대비 9.3배나 늘었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콘텐츠·엔터테인먼트 업계 재직자의 고용 불안 키워드 검색량이 지난해 동기 대비 9.4배 늘어 가장 큰 증가세를 보였다. 이후로는 △광고(8.6배) △회계·컨설팅(8.4배) △게임(7.3배) △IT(5.9배) 업계가 그 뒤를 이었다. 반면 검색량이 가장 적게 증가한 업계는 △자동차 △상사 △호텔·레저 △외식 △조선 등이었다. 코로나 엔데믹 국면에 접어들며 ‘코로나19 특수’를 누렸던 업계의 고용 불안이 뚜렷해진 모양새다.

고용보험 가입자 늘었지만, 실상은

다만 지난 4월 고용보험 가입자 증가량은 우상향 곡선을 그린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3년 4월 말 기준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1,510만6,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35만5,000명 증가했다. 특히 대면 활동 정상화에 따른 소비・관광 등 내수 회복으로 숙박·음식업 등 대면서비스업 고용이 강한 회복세를 보였다.

그러나 현 고용 상황이 양호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노동부는 지적한다. 4월 고용보험 가입자 증가치는 고용허가제 외국인의 가입 영향을 크게 받은 결과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결국 전체 가입자 증가 폭 중 우리나라 고용보험 가입자 증가 폭은 꾸준히 둔화하고 있다. 특히 청년 고용률은 46.0%로 전년 동월 대비 하락했다. 청년 고용률이 역대 2위 수준으로 아직 양호한 수준이긴 하나 기저효과 및 인구 감소 등이 고용률에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미치는 모양새다.

이에 KDI는 지난 8일 ‘경제동향 5월호’를 통해 “경기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 KDI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14.2% 감소했다. 2월 7.5%, 3월 13.6%보다 감소 폭이 증가한 셈이다. 특히 수출 부진으로 인해 제조업 생산이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동행지수, 선행지수 등 각종 기업심리지수도 기준치를 밑돌며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해외서도 불어닥친 ‘정리해고’의 바람

해외의 상황도 우리와 별반 차이가 없다. 아니, 오히려 심하면 심했지 덜하진 않다. 최근 미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삼성 반도체법인은 지난 2월 사업 실적 부진 및 경제 상황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전체 직원의 3%가량을 감축할 계획이라고 통보했다. 미국에 위치한 삼성 반도체 자회사엔 약 1,200명의 직원이 근무 중이므로, 약 30명가량이 정리해고될 예정인 셈이다.

삼성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 IT 업계에선 경기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작년 말부터 대규모 감원이 이뤄지고 있다. 가장 먼저 나선 건 아마존이었다. 당시 아마존은 1만8,000명가량의 직원을 해고했다. 이후로는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이 1만2,000명을, 마이크로소프트가 1만 명을, HP(휴렛패커드)가 6,000명을, 델 테크놀로지가 6,650명을, 마이크론이 7,200명을, 에릭슨이 1,400명의 직원을 감원했다.

그런데도 미국의 4월 비농업 고용은 전월 대비 25.3만 명 증가하며 양호한 고용지표를 보였다. 실업률도 3.4%로 하락하며 54년 이래 최저 수준으로 복귀했다. 고용시장이 점진적으로 둔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노동시장은 매우 타이트한 상황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고용불안이 지속되는 와중에도 고용은 지속적으로 증가한다는 것은 결국 일자리의 질이 지속적으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질적으로 좋지 못한 일자리라도 어떻게든 먹고 살기 위해 계속 구하다 보니 고용지표 자체는 양호하게 나타났단 것이다.

고용보험 가입률 둔화를 고용시장 전체의 불황으로 무작정 확대 해석할 수는 없다. 그러나 고용허가제 외국인 가입 효과를 제외할 경우 조만간 고용보험 가입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란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여전히 수출 부진 및 제조업 불황 등 위험 요인이 해소되지 않고 있으며, 이로 인한 고용 문제는 고용 지표를 통해 객관적으로 드러났다. 해외와 마찬가지로 일자리의 질적 하향이 지속적으로 발생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고용불안 해소에 대한 제도적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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