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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B파산] 시스테믹 리스크 확산 우려, 채권 금리 폭등

실리콘밸리은행 파산에 미 금융권, 시스템 위험 제대로 계산했냐는 질문도 나와 장단기 이자율 역전 현상 심화, 장기 이자율은 1주 사이 0.5% 이상 큰 폭 하락 금융위기 확산 우려에 금리 인상에 대한 압박 줄어들 듯

지난 8일 무려 420억 달러에 육박하는 대규모 예금 인출(Bank run·뱅크런)이 일어나면서 위기설에 휩싸였던 실리콘밸리은행(Silicon Valley Bank, SVB)이 결국 미 예금보험공사(FDIC)에 의해 10일 강제 파산됐다.

실리콘밸리 일대의 대부분의 벤처기업들이 직접 은행 계좌를 개설했거나, 투자사인 벤처캐피탈(VC)들의 자금줄이었던 경우가 많아 캘리포니아 일대에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영국, 홍콩 등으로 빠르게 영업을 확장했던 만큼 미국 내에서만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함께 따라 나온다.

사진=미국 기자 연합 (THE ASSOCIATED PRESS)

시스테믹 리스크(Systemic risk)에 대한 우려 목소리

지난 2008년 미증유의 금융위기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채택된 토드-프랭크(Todd-Frank)법에서는 금융기관의 규모가 크고, 타 금융기관과 복잡하게 얽혀있는 영업망을 갖고 있을 경우 ‘시스템상 중요 은행(Systemically important bank)’이라는 명칭으로 감시를 강화해왔다. 외신 포브스에 따르면, 실리콘밸리은행의 경우도 지난 10여 년간 실리콘밸리 일대의 스타트업들이 성장함에 따라 함께 규모가 커지면서 한때 미국 10대 은행에도 들어갔던 곳이다. 파산 직전에도 미국 16대 은행이었던 만큼 미국 주요 금융감독기관들은 실리콘밸리은행을 미국 은행 시스템상 중요 은행으로 판단하고, 은행 영업에 대한 추가적인 감시를 계속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2008년 이후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이하 ‘미 연준’)과 스위스의 국제은행결제기구(BIS) 등은 앞다투어 시스템상 중요 은행을 계산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이른바 ‘시스템 위험(Systemic risk, 은행 시스템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위험도)’이다. 개별 은행이 최적 선택을 했더라도 하나 이상의 자산 가격이 요동치면서 동반으로 금융 시장 전체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게 되는 경우를 말한다.

실리콘밸리은행의 경우도 직접적으로는 실리콘밸리 일대의 스타트업과 가상자산, VC 투자 등으로 포트폴리오가 한정되어 있어 시스템 위험에 대한 고려가 불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으나, 실리콘밸리은행과 영업망이 구축되어 있는 기업들이 타 은행 및 금융기관과 가지는 영업망이 점차 확대되면서 ‘시스템 중요성’이 대두되었다는 것이다.

금융기관에 대한 신뢰도 추락

금융기관 전문가들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와 유사하게 은행권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떨어질 것에 대한 우려를 내놓는다. 지난 8일에 420억 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뱅크런이 일어나면서 실리콘밸리 일대는 금융시장에 대한 근본적인 우려가 퍼진 상태다. 자칫 예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는 자넷 옐렌 미 재무부 장관이 즉각 100% 예금 보장을 선언하면서 주춤해진 상태이나, 실리콘밸리은행뿐만 아니라 다수의 은행이 지난 2022년 빠른 금리 인상에 따라 자금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중에는 리먼 브라더스(Lehman Brothers)가 파산에 들어가면서 은행 간 거래가 사실상 완전히 중지되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은행들이 단기 자금 부족을 회피하기 위해 초단기 은행 간 대출(‘리포’, Repo)로 자금을 마련하는데, 리포 거래가 급격하게 줄어들기도 했다는 것이 당시 금융위기를 겪은 금융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번 실리콘밸리은행 파산뿐만 아니라 직·간접적으로 영업망을 갖추고 있던 타 은행들의 재무적 안정성에 대한 신뢰도가 함께 의구심에 휩싸이면서 예금주들은 은행 예금 대신 다른 금융자산을 선택하고, 은행 간 신뢰 축소로 Repo 거래 이자율이 상승할 경우, 예금은 안 들어오는데 자금 조달 비용이 계속해 상승하는, 수익성 악화의 악순환이 은행권에 대한 불신을 더 강화시킬 수 있는 우려가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2023년 3월 12일 기준 미국 채권 수익률 곡선/사진=FT.com

시장 우려에 수익률 곡선(Yield Curve) 우하향 심화

지난 2022년 초부터 미 연준이 빠른 속도로 기준 금리 인상을 단행했던 가운데, 수익률 곡선 역전 현상(일반적으로 우상향 구조, 최근 들어 우하향 심화, 단기 이자율보다 장기 이자율이 낮은 상태)이 벌어지고 있었다. 단기 이자율이 지나치게 높은 상태로, 장기적으로는 금리가 내려갈 것이라고 보는 견해다. 장기 이자율이 유동성 프리미엄(Liquidty Premium) 등의 이유로 단기 이자율보다 높은 것이 일반적이나, 최근 들어 수익률 곡선에서 장-단기 프리미엄이 역전되는 현상이 나타나는 현상이 지속되어 왔다.

이번 실리콘밸리은행 파산 사태가 벌어지면서 지난주 대비 단기채 금리는 더 빠르게 인상되고, 장기채 금리는 빠르게 하락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장기적으로 미국의 경제 성장률이 내려갈 것이라는 어두운 경기 전망이 확산한 데다 단기적으로는 금융기관들의 자금 조달 비용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이 깔린 것이다. 시장 경직성에 대한 우려가 미 채권을 구매하는 금융기관들 사이에 전반적으로 확산한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다.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미 연준도 금리 인상을 자제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 14일로 예정된 미국 소비자 물가지수(CPI)가 기대했던 6% 초반, 혹은 그 이하로 발표될 경우 금리 인상으로 물가를 잡는 도전이 낳는 피해에 대한 목소리가 한층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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