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택자 조롱하나”… 분양 아파트도 대출길 막힌다

서울 강동구 고덕동 아파트에서 전세로 거주 중인 김모씨는 집 때문에 고민이 깊다. 그는 둔촌주공 아파트를 바라보고 2년 전에 새 아파트로 전세 입주한 뒤 추가 대출을 받아서 계약갱신청구권으로 5% 올린 보증금으로 계약했다. 다주택자들이 6월 전까지 처분할 매물이 나온다고 하기에 집을 살까도 생각했지만, 급등한 집값에 포기했다.

둔촌주공은 분양시일이 아직도 미정이고, 다음 달부터는 개인별 DSR(개인별 부채원리금상환비율)까지 시행되면서 마음이 급해졌다. 친구들과의 단톡방(단체채팅방)에 전세계약을 갱신했다는 얘기와 함께 고민을 털어놓은 김씨는 일종의 꾸중을 들었다.

그는 “진작에 경기도권에 집을 사거나 분양이라도 받아놓을 걸 그랬다”며 “집값은 오르는데 대출길도 점점 막히니 어쩌라는 거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7월부터 무주택자들에게 푼다는 LTV(주택담보대출비율)에 대해 그는 “서울에서 네 식구가 들어가 살만한 30평대 9억원 이하 아파트가 어디있냐”며 “새 아파트로 들어가려고 온갖 굴욕을 감수하고 기다렸는데, DSR을 막아버리니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구매도 불가능해졌다”고 호소했다.

DSR 규제 앞두고 갈등하는 무주택자들

정부가 내달부터 시행하는 또다른 대출 규제에 부동산 시장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무주택자들 사이에서는 ‘DSR 축소를 앞두고 이달 안에 집을 분양받거나 사야 하나’ 혹은 ‘내달부터 확대되는 LTV를 이용해 중저가 아파트를 장만해야 하나’ 등을 고민하고 있다. 문제는 공급이다. 서울에서는 분양되는 아파트는 현금동원능력이 있어야 청약이 가능한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 정도에 불과하다. 이달부터 양도세율이 높아지며 시장에는 매물이 사라졌고, 그나마 나와있는 매물은 호가가 수천만원에서 수억원까지 오른 상황이다.

7월부터 규제지역에서 6억원 초과 주택을 담보로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받을 때 ‘차주 단위 DSR’이 적용된다. 여기서 규제지역은 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 등이 모두 포함된다. 사실상 서울, 경기, 인천권 대부분이 해당되는 것.

DSR은 모든 가계대출의 1년 치 원리금 상환액을 연간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주택담보대출뿐 아니라 신용대출과 카드론을 포함한 모든 금융권 대출 원리금 부담을 반영하게 된다. 현재는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내 시가 ‘9억원 초과’ 주택을 담보로 한 대출에 개인별 DSR 40%가 적용된다. 다음달 부터는 ‘6억원 초과’일 때도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봉의 40%(비은행권은 60%)를 넘어설 경우 더 이상 대출이 불가능하다. 금융당국이 지난 4월29일 발표한 가계부채 관리 대책의 후속 조치다.

개인별 DSR 확대는 7월1일 이후 신규대출 신청분부터 적용된다. 문제는 분양 아파트나 재건축·재개발이 추진되는 사업장에도 이와 같은 변화가 해당된다는 점이다. 우선 6월30일까지 입주자 모집공고 혹은 착공신고가 된 주택, 재건축·재개발 사업장 조합원의 경우 관리처분인가를 실시한 사업장은 포함되지 않는다. 이주비 대출, 중도금 대출과 잔금 대출 등이 종전 규정을 적용받게 된다. 6월30일까지 주택 등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을 이미 납부한 사실을 증명 가능한 대출자 역시 종전 규정 적용이 가능하다. 다만 이미 공고된 사업장의 분양권 등이 행정지도 시행일인 7월1일부터 전매된 경우 강화된 규제를 적용받게 된다.

분양주택에 대한 중도금 대출, 재건축·재개발 주택에 대한 이주비 대출, 추가 분담금에 대한 중도금 대출, 분양 오피스텔에 대한 중도금 대출 등은 이에 포함되지 않는다. 서민금융상품, 대출금액 300만원 이하 소액 신용대출(유가증권 담보대출 포함), 전세자금 대출(전세보증금 담보대출은 제외), 주택연금(역모기지론), 보험계약 대출, 상용차 금융, 예·적금 담보대출, 할부·리스 및 현금서비스·카드론 등이 제외 예시다.

“LTV 100% 해줘도…집값 높고 DSR 막히면 헛수고”

분양 아파트는 잔금대출에 있어 적용을 받는다. 때문에 청약을 이달 안에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아파트는 의무거주기간이 존재해 전·월세가 금지되다보니 자금 마련에 더욱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6억원은 전용면적 84㎡를 기준으로 하면 분양가가 3.3㎡당 1800만원대 이상이 무조건 해당되나, ‘시가’ 기준이기에 이보다 낮게 분양을 받았더라도 DSR 제한에 막힐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더군다나 2023년부터는 총대출액 1억원 초과 시 DSR 40%가 적용된다. 부족한 자금을 신용대출로 채우는 것도 사실상 어려워진다.

정부가 규제책만 내놓은 것은 아니다. 청년 무주택자가 강화된 규제로 자금 조달에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 DSR 규제 적용 때 ‘장래소득’을 인정하기로 했다. 단 ‘주택 구입 목적의 주담대로, 10년 이상의 비거치 분할상환 대출인 경우’로 한정되었다.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주택담보대출 우대요건이 추가된다. (표 = 금융위원회)

금융당국은 또 7월부터 서민·실수요자가 주담대를 받을 때 적용되는 LTV 우대 폭을 현행 10%에서 20%로 올려 잡는다. 기존에 LTV 우대 혜택이 없었던 투기과열지구 6억~9억원 구간은 40%에서 50%로, 조정대상지역 5억~8억원 구간은 50%에서 60%로 각 10%포인트 늘린다. 대출 최대 한도는 4억원으로 설정했다.

우대 혜택 대상도 확대됐다. 부부 합산 8000만원 이하였던 소득 기준은 9000만원 이하로 올랐다. 생애최초 구입자는 9000만원 이하에서 1억원 미만으로 조정되었다. 주택가격 기준도 투기과열지구는 6억원 이하에서 9억원 이하, 조정대상지역은 5억원 이하에서 8억원 이하로 완화되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LTV 관련 혜택을 늘려도 실효성이 없다는 의견이 많다. LTV의 최대 한도가 4억원인데다 기존에 신용대출이 존재할 경우 실제로 빌릴 수 있는 돈이 더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지점장은 “LTV를 100% 해줘도 결국엔 개인 대출제한으로 막히게 될 뿐이다”라며 “기존 현금부자나 고소득자만이 내 집 마련이 가능한 구조가 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완화되는 LTV에 따라 실질적으로 증가하는 주택담보대출 금액은 적게는 4000만원에서 많아봤자 1억2000만원 정도라는 것.

때문에 현장에서는 이달안에 아파트를 분양받거나 6월30일까지 입주자 모집공고를 내는 아파트에 당첨되는 것이 현 상황에서는 최선이라는 의견도 있다. 한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대출한도는 점점 줄어드는데 기존의 거래 가능한 아파트는 줄어들면서 집값은 더 상승하고 있다”며 “평소에 눈여겨 봤던 지역에서 분양이 있다면 과감히 청약을 해보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고 짚었다.

무주택 실수요자들은 한숨은 깊어지고만 있다. 한 부동산 카페에서는 “애들도 자라고 있어서 자리를 잡아야 하는데 자꾸 외곽으로 밀려나는 것 같다”, “동네에 전셋값이 너무 올라서 다음 계약이 걱정이다” 등 답답한 심경을 호소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더불어 무주택자 모임에는 “그래도 7월부터 3기 신도시 사전청약 받으면 낫지 않을까요?”, “금리가 오른대요. 지금 대출받아서 집 사는 사람들은 후회할 겁니다. 좀 더 기다려봐요”, “지방 집값은 떨어진다는데 조만간 수도권이나 서울까지 영향이 있지 않을까요?” 등 다양한 의견이 오가고 있다.

Similar Posts

답글 남기기